오종민 기자 fivebell@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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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업종 분류에 세부 통계 전무, 法 사각… 휴게음식점업 미등록 유관기관 관리 감독 대상 제외... 토핑 관리·유통기한 등 불분명 법적 허점 해소 ‘제도 개선’ 필요
#1. 지난 27일 안양시에 거주하는 김동윤씨(29)는 동네의 한 무인 라면가게를 찾아 라면을 주문하고 토핑으로 준비된 햄을 넣었지만, 한두 입 먹자마자 시큼한 냄새와 이상한 색깔을 발견하고 곧바로 먹던 라면을 내려놓았다. 김씨는 “무인이라도 음식을 먹는 곳인데, 위생 관리는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2. 부천시에 거주하는 백나영씨(30)는 라면을 무척 좋아하지만 무인 라면가게는 이용하지 않는다. 토핑 재료의 신선도나 유통기한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백씨는 “혹시라도 상한 재료를 먹게 될까 걱정돼 무인 라면가게는 이용하지 않는다”고 불안해했다.
최근 무인점포 증가와 함께 무인 라면가게도 빠르게 늘고 있지만, 이들 매장이 위생 점검과 관리 대상에서 제외돼 소비자 안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소비자가 직접 취향대로 라면을 조리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무인 라면가게는 독특한 경험을 제공하며 인기를 끌고 있지만, 법적 허점을 이유로 휴게음식점업으로 등록되지 않아 정부와 지자체의 관리 감독을 받지 않으면서다.
28일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 등에 따르면 지난해 도내 무인점포 수는 총 2천16개로 전국(6천323개)의 31.9%를 차지했다. 무인점포 자체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수치지만, 무인 라면가게는 ‘자유업종’으로 분류돼 다른 무인점포와 함께 통계에 포함돼 있어 실제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하지만 도내 무인점포 수가 전국 최다라는 점을 고려할 때, 무인 라면가게 역시 전국에서 가장 많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현행법상 휴게음식점은 직접 음식을 조리하는 매장만 해당돼 일부 무인 라면가게는 가위를 구비, 손님이 직접 토핑을 가공하도록 해 ‘자유업종’으로 등록하고 있다.
이는 무인 라면가게가 사실상 음식점 역할을 하지만, 손님이 비위생적인 상황을 신고하거나 지자체가 직접 점검해 위생 문제를 발견하지 않는 한 정부나 지자체의 위생검사 대상에서 제외돼 사각지대에 놓이고 있는 결과를 초래한다.
문제는 이러한 사각지대가 소비자 안전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무인 라면가게는 햄, 계란 등 토핑 재료를 제공하지만, 유통기한·표시사항 등이 제대로 관리되고 있는지 확인하기 어렵다.
이에 전문가들은 위생 관리 사각지대를 방치하면 소비자 안전과 무인매장 산업의 신뢰에 타격을 줄 수 있다며, 법적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무인점포지만 실제로 음식물이 취급되는 만큼 휴게음식점업으로 등록하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 5월 무인점포의 위생 관리를 위해 자율관리 지침서를 배포했지만, 영업 신고가 없는 매장들의 이행 여부마저도 불확실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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