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안 먹는다" 배달 기사들의 중국 외식 폭로 이유는

2025-03-22

중국은 예로부터 서양의 프랑스, 이탈리아와 함께 '동양의 미식 국가'로 불려 왔다. 하지만 어느새 중국은 불량식품의 온상이라는 악명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김치 공장 작업자가 알몸으로 배추 절인 물에 들어가 있는 모습은 한국인들의 공분을 샀다. 버블티 속 검은 구슬 모양의 타피오카 펄을 폐타이어로 만들어 중국인들을 경악케 한 일도 있었다. 가짜 달걀, 염색 대파, 염색 귤 등 적발된 가짜·불량 식품의 가짓수를 세는 건 무의미한 일이다. 가짜 돼지고기가 판을 치자 유도 국가대표팀은 직접 돼지를 기르기도 했다.

최근 중국 SNS인 웨이보에서 '배달원들도 먹지 않는 배달 음식'이라는 글이 화제가 됐다. 가장 먼저 지목된 음식은 중국식 찜닭인 황먼지(黃燜雞)다. 일부 업소에서는 신선하지 않은 냉동육이나 오래된 고기를 사용하며, 채소 세척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위생 상태가 불량하다는 이유에서다.

치킨도 마찬가지였다. 중국에서는 치킨집의 튀김닭 품질이 천차만별인 데다, 많은 곳에서 주문을 받으면 바로 튀기는 것이 아니라 반조리 제품을 사용하는데, 보관 상태가 좋지 않으면 벌레가 생기거나 변질할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치킨 용도로 쓰는 생닭은 보통 12호로 대형이지만 필자가 중국에서 본 치킨은 그보다 훨씬 작았다.

대표적 서민 음식 중 하나인 마라탕도 꼽혔다. 들어가는 재료가 워낙 다양하다 보니 값싼 식재료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고, 국물에는 각종 향신료와 첨가물이 포함돼 있어 건강에 좋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 배달원들의 설명이다.

덮밥류는 원가 절감을 위해 식재료 세척을 소홀히 한 채로 그냥 소스를 부어 볶아버리지만, 소비자들은 이를 알 방법이 없다. 조리 과정에선 며칠씩 재사용된 대량의 기름과 소금을 사용한다. 배달용 만두는 대부분 수제가 아니라 공장에서 생산돼 저급 육류나 부산물이 속재료가 채워진 냉동 만두다. 일부 죽 전문점에서는 자연스럽게 졸여 점도를 높이는 것이 아니라, 조리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첨가물을 넣어 걸쭉하게 만든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 외에도 고기볶음, 즉석조리식품(전자레인지용 음식), 바비큐(꼬치구이) 등 다섯 가지 음식이 추가로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배달원들은 이런 음식들이 "불량한 식재료를 사용할 가능성이 크고, 각종 화학 첨가물과 인공 호르몬이 포함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네티즌들의 반응은 냉소적이었다. 웨이보에는 "이제 대체 뭘 먹으라는 거냐" "식품 안전 문제는 몇십 년이 지나도 해결이 안 될 것"이라는 반응이 쏟아졌다. 한 네티즌은 "시켜 먹는 사람들도 이런 상황을 다 알고 있다. 하지만 요리할 시간도 없고 여건도 안 되니 어쩔 수 없이 주문하는 것"이라며 현실적인 반응을 보였다. "배달원도 다 아는 문제를 감독 기관만 모른다는 게 말이 되냐"며 당국의 관리 소홀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배달원은 "많은 음식점이 홀 운영 없이 배달만 전문으로 하는데, 위생 상태가 너무 열악해서 신발을 신고도 가게에 발을 들이기가 꺼려질 정도다"라고 했다. 특히 꼬치구이 전문점의 경우 바닥에 대나무 꼬치는 물론 고기에서 흘러내린 듯한 피가 섞인 물, 기름때, 비닐봉지, 채소 찌꺼기 등이 뒤엉켜 있어 위생이 엉망이라는 증언도 나왔다.

중국 배달 음식점에 관한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해에도 한 배달원이 "음식점들은 판매 데이터, 리뷰, 심지어 매출까지 조작할 수 있다"고 내부 폭로를 했다. 그는 "가장 끔찍한 것은 고기가 가짜일 수도 있다는 점"이라며 "일부 양심 없는 업주는 개도 먹지 않을 음식을 손님들에게 내놓고 있다"고 폭로했다.

대형 프랜차이즈 식당과 베이커리 업계에서도 위생 논란이 일었다. 소비자 불만 접수 사이트인 헤이마오(黑貓)에 따르면, 중국 유명 베이커리 브랜드 타오리(桃李)와 하오스(豪士) 제품에서 곰팡이가 피거나 이물질이 발견됐다는 신고가 지난 수개월 간 7000건이 넘었다. 관련 검색어가 웨이보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오르기도 했다. 또 다른 유명 체인인 '양밍위(楊銘宇) 황먼지'의 일부 가맹점에서는 유통기한이 지난 식재료를 사용하고, 손님들이 남긴 음식을 재사용하거나 건강검진 없이 직원을 고용하는 실태가 드러났다.

중국의 식품 안전 문제는 단순한 업주들의 도덕성이나 개인적 일탈 차원을 넘는 구조적인 성격이다. 다른 나라에서도 불량식품을 파는 식당은 있다. 하지만 소비자 신고가 접수되면 행정 처분이나 법적 처벌을 받게 마련이다. 하지만 중국의 경우, 문제를 일으킨 업체들이 법적 책임을 지는 경우가 적다. 그만큼 관리 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뜻이다. 앞서 언급했듯 사람을 가볍게 생각하고 물질을 우선시하는 사회적 풍조가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큰 사건이 터지면 당국이 개입하지만, 그때만 잠깐 나설 뿐이라는 지적도 많다.

중국은 중앙 정부가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면 실제 개선 효과가 나타났다. 2008 베이징올림픽을 전후해 정부의 강력한 선도로 도시에서 상의를 탈의하거나 속옷 차림으로 다니는 남자들이 눈에 띄게 줄었다. 화장실 위생도 개선됐다. 음식 문제도 인명을 소중히 여기는 차원의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

차이나랩 이충형 특임기자(중국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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