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고속도로를 바꾼다]① 시공도 점검도 달라진다…도로공사, 시스템 혁신 돌입

2025-08-05

고속도로가 데이터와 인공지능(AI)을 만나 스마트 인프라로 진화한다. 한국도로공사가 디지털 전환 마스터플랜을 세우고 설계부터 유지관리까지 전 과정에 디지털 기술을 도입했다. 물리 기반 구조물에서 데이터 기반 공공 플랫폼으로 전환이 핵심이다.

설계 단계부터 변화가 시작됐다. 도로공사는 기존의 평면 도면 방식을 벗어나 3차원 시설정보모델(BIM)을 도입하고 디지털트윈 기술로 실제 환경과 동일한 가상공간을 구축했다. 이 시스템은 시공 전 설계 오류를 사전에 제거하고 시공 이후 유지보수 계획까지 데이터로 연계해 관리한다.

현장 작업 방식도 획기적으로 바뀐다. 위치정보 기반의 기계 안내(MG)와 기계 제어(MC) 기술이 적용된 자동화 장비가 투입된다. 장비는 스스로 작업 위치를 계산해 공정을 수행하고 작업자는 통합 관제센터에서 전체 작업을 실시간 점검한다. 이제 측량이나 수기 기록은 사라지고 디지털 시스템으로 대체된다.

유지관리 역시 정기 점검에서 사전 예측 방식으로 바뀐다. AI가 도로 손상 데이터를 학습하고 노후화 시점과 보수 시기를 선제적으로 판단한다. 자원을 실제로 위험한 구간에 집중 투입해 관리 효율을 높인다. 특히 도로 살얼음이나 안개, 낙석 같은 위험요소는 AI가 미리 감지해 현장에 즉각 경고한다.

도로 순찰에는 자율비행 드론이 투입된다. 상공에서 돌발상황을 감지하고 사고가 발생하면 응급키트를 실은 드론이 긴급 출동한다. 터널과 교량 등 접근이 어려운 시설물 점검은 로봇과 스마트글라스를 이용해 작업자가 원격으로 점검한다. 위험한 현장에 사람을 투입하지 않고 안전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높였다.

톨게이트는 점차 사라지고 있다. 차량 번호를 자동 인식하는 무정차 스마트톨링 시스템이 통행료를 부과하고 동시에 과속·과적 차량을 자동으로 감지한다. 정체 구간에서는 AI가 교통 흐름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전광판에 우회도로와 감속 정보를 제공한다.

민원 처리에도 AI가 활용된다. 생성형 AI 시스템이 민원 내용을 분석해 최적의 응답을 자동 생성하고 민원 유형별로 담당자를 배정한다. 특히 민원량이 많아지는 시기에는 AI가 처리 우선순위를 조정해 효율적으로 대응한다.

이용자 서비스도 디지털화됐다. '고속도로 슈퍼앱' 하나로 통행료 납부부터 교통상황 확인, 전기차 충전소 정보까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일부 휴게소에는 로봇 셰프와 무인 결제 시스템이 들어섰다. 전기차 충전소는 실시간 대기정보가 제공돼 대기 시간을 최소화한다.

도로공사는 내부 조직 시스템에도 디지털 전환을 추진 중이다. 반복적인 업무는 자동화 시스템이 대신하고 현장 인력은 디지털 중심 직무로 재배치했다. 이 과정에서 직무 전환을 위한 교육과정도 병행된다.

이번 전환은 미래 모빌리티를 염두에 두고 추진되고 있다. 도로공사는 전국 고속도로에 차세대 지능형 교통시스템(C-ITS)을 확대 구축해 자율주행차와의 연계 기반을 마련한다. 도심항공교통(UAM), K-MaaS와 같은 미래 교통 체계와의 연결도 준비 중이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디지털 전환은 단순히 기술 도입에 그치지 않고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서비스 혁신을 목표로 한다”며 “고속도로가 미래 교통을 잇는 핵심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효주 기자 phj20@etnews.com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