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음향실’서 전파 정밀검증…전자제품 품질 책임진다

2025-08-05

“이동통신용을 포함한 다양한 안테나 제품이 출시되기 전에 이곳을 먼저 거치죠.”

4일 인천 연수구 한국전파진흥협회(RAPA) 사물인터넷(IoT)기술지원센터에 있는 ‘안테나 측정 챔버’는 울퉁불퉁한 방음벽으로 뒤덮인 거대한 음향실 같았다. 전파가 벽에 부딪혀 이리저리 반사돼 간섭을 일으키는 난반사를 막아주는 전파흡수재가 모든 벽과 바닥, 천장을 둘러싸고 있었다. 전파흡수재는 다만 계란판처럼 생긴 음향실용 방음벽과 달리 높이 20~30㎝의 사각뿔 모양으로 마치 사방에 빽빽하게 돋친 가시 같았다. 발디딜 틈을 겨우 찾아 내부로 들어갔더니 스마트폰도 네트워크 신호가 차폐돼 ‘먹통’이 됐다. 윤재중 RAPA 전파아카데미팀장은 “300MW(메가와트)부터 18GW(기가와트)까지 다양한 주파수용 안테나의 전파 특성을 검증한다”고 설명했다.

안테나는 흔히 알려진 접시형뿐 아니라 스마트폰, 엘리베이터 센서, 자율주행차 레이더 등 전파를 주고받는 모든 전자제품이나 부품에 탑재돼 있다. 안테나가 목표를 겨냥해 정확하게 전파를 보내는지, 의도치 않게 다른 곳으로 퍼져 주파수 혼간섭을 일으키지는 않는지 등이 성능의 핵심이다. 가령 자율주행차나 엘리베이터 센서가 주파수 혼간섭으로 오작동하면 인명 사고로도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시험용 안테나가 쏜 전파의 분포가 3차원(3D) 그래프로 표현돼 챔버 밖에서 분석 작업이 이뤄지고 있었다.

센터에서 챔버는 이곳만이 아니었다. 가로·세로 10m가 넘는 크기부터 2~3m에 불과한 곳까지 천차만별이었다. 스마트폰이나 레이더 센서용처럼 초소형 안테나에 맞는 더 정교한 챔버들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단순 안테나 성능뿐 아니라 전자제품의 전자파 적합성, 즉 불요전자파 유무를 확인하는 챔버도 있었다. 불요전자파는 전자제품이 의도치 않게 내뿜는 전자파로 이 역시 주파수 혼간섭 문제를 일으킨다. 또 ‘통신제품 신뢰성 시험시설’은 이동통신사들이 만든 IoT 제품들을 85℃ 고온으로 달구거나 일부러 떨어뜨려 내구성을 점검하고 있었다.

RAPA는 시험장비 총 400여대를 동원해 지난해 연간 652개사에게 3310건을 지원했다. 전자제품 제조사, 특히 중소 제조사가 직접 시설을 갖추고 수행하기 어려운 시험들을 전파인증 시험기관으로서 지원을 확대해나간다는 방침이다. RAPA는 올해 로봇 등 피지컬(물리적) 인공지능(AI) 융합제품 테스트베드 구축을 시작으로 향후 6세대 이동통신(6G)과 위성통신 등 신기술로 지원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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