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56초. 서울 전역과 경기도 12곳에 ‘갭투자(전세 낀 매매)’를 전면 금지해놓고 정작 본인과 배우자는 갭투자를 해 논란이 된 이상경 국토교통부 1차관이 유튜브에 나와 한 대국민 사과 시간이다. 이 차관은 갭투자 의혹 등으로 여당으로부터 사퇴 요구가 나오는 등 반발이 거세지자 사과에 나섰다.
이날 이 차관은 국토부 유튜브 채널에 나와 “부동산 정책을 담당하는 국토부 고위 공직자로서 국민 여러분 마음에 상처드린 점을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 차관은 지난 19일 유튜브 채널 ‘부읽남TV’에 출연해 “만약 집값이 유지된다면 그간 오른 소득을 쌓은 후 집을 사면 된다”며 “기회는 결국 돌아오기 때문에 규제에 과민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다”고 말해 논란이 됐다.

이 차관은 배우자 한모씨의 갭투자 의혹에 대해서도 “배우자가 실거주를 위해 아파트를 구입했으나 국민 여러분의 눈높이에는 한창 못 미쳤다는 점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재차 사과의 말씀 올리겠습니다”고 했다. 한씨는 지난해 7월 말 성남시 분당구 백현동 판교푸르지오그랑블 117㎡ 아파트를 14억8000만원의 전세계약을 끼고 33억5000만원에 매입했다. ‘갭투자를 막는 정책을 만든 당사자가 갭투자로 시세차익을 내는 게 맞느냐’는 비판이 이어졌다.
하지만 이 차관은 “앞으로 부동산 정책의 담당자로서 주택시장이 조기에 안정화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사퇴 의사가 없음을 드러냈다. 이 차관의 발언 등이 논란이 된 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사퇴 관련 요구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이 차관은 나쁜 사람”이라며 “국민의 비위를 상하게 그 따위 소리를 하면 책임을 지고 사퇴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날 이 차관의 사과는 갑작스럽게 진행됐다. 기자단에도 20여분 전에 사과 방송 여부가 통보됐다. 사과 방송 중에 댓글과 실시간 채팅창이 모두 닫혀 별도의 질의 응답도 이뤄지지 못했다. 사과 시간도 1분56초로 짧았던데다, 변명과 상황 설명에만 치중됐다. 국토부는 이후 댓글창을 열었지만, “사퇴하라” 등의 댓글이 쏟아지고 있다.

한편 이 차관은 이재명 대통령의 ‘부동산 책사’로 불린다. 이 대통령이 성남시장, 경기지사 시절부터 정책 자문을 해왔고, 2021년 이 대통령 대선 캠프에선 부동산개혁위원장을 맡았다. 대규모 개발이익이 예상되는 사업에 대해 공영개발을 확대하고, 청년ㆍ신혼부부 등 무주택자를 위한 공공주택 공급을 주장해왔다. 지난 6월 차관 인사 당시 대통령실은 그에 대해 “부동산 불로소득 차단과 개발이익 환수를 강하게 주장해 온 대표적인 부동산 개혁론자”라고 소개했다.
경북 영천 출신으로 대구 덕원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도시공학 전공에서 학사ㆍ석사ㆍ박사 학위를 모두 취득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부동산 정책을 총괄한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대학 직속 후배다. 차관 임명 전까지 가천대 도시계획 조경학부 교수로 재직했다.
세종=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