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개인투자자에게 불리해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공매도 제도를 개선했으나 개인 투자 비중은 오히려 후퇴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투자자가 적극 공매도를 추진하기에는 시장 여건이 부담스럽다는 평가뿐 아니라 공매도를 하고 싶어도 대주 재원이 충분하지 않은 만큼 추가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8일 유가증권·코스닥 시장의 공매도 거래 대금 7036억 원 가운데 개인 거래 대금은 111억 원(1.58%)으로 외국인 5889억 원(83.7%), 기관 1035억 원(14.7%) 대비 크게 낮았다. 공매도를 전면 금지한 2023년 11월 6일 직전 거래일인 11월 3일(159억 원, 2.2%)과 비교하더라도 개인 거래는 위축된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공매도 재개 직후인 이달 7일에는 개인 비중이 0.63%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금융위원회는 공매도가 금지된 1년 5개월 동안 불법 공매도 방지 대책과 함께 개인과 기관의 공매도 거래 조건을 동등하게 맞춰 기울어진 운동장을 해소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통상 기관·법인은 장외시장에서 개별 거래로 주식을 빌리는 대차, 개인은 장내에서 증권사로부터 주식을 빌리는 대주를 통해 차입 공매도를 한다. 대주는 최장 90일만 빌릴 수 있는 반면 대차는 상환 기간 제약이 없고 현금 담보 비율도 105%로 대주(120%)에 비해 낮아 개인이 불리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이에 정부는 공매도 목적 대차를 90일 단위로 연장하되 전체 상환 기간을 12개월로 제한하고 대주의 최소 담보 비율을 120%에서 105%로 낮춰 조건을 통일했다. 개인이 주로 활용하는 대주는 중도 상환 요구를 받지 않아 오히려 대차보다 유리한 조건이 조성됐지만 개인 공매도는 전혀 늘지 않은 것이다. 오히려 공매도가 재개된 3월 31일부터 이달 28일까지 한 달 평균 개인의 공매도 거래 비중은 1.36%로 공매도 금지 직전 한 달 평균(1.74%)보다 낮아졌다.

이는 제도 개선에도 불구하고 개인투자자가 공매도에 활용할 수 있는 대주 재원 자체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증권사가 한국증권금융이 보유 중인 담보 주식을 대주 재원으로 개인투자자에게 제공해야 하는데 현재 종목도 다양하지 않을 뿐 아니라 물량도 충분하지 않아 공매도 투자가 쉽지 않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두산에너빌리티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 40여 개를 제외하면 대부분 종목은 대주 가능 수량이 10만 개 미만이다. 업계 관계자는 “개인이 공매도를 위해 종목을 빌려줄 수 있냐고 문의하면 아직도 안 된다고 하는 종목이 많은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일본·대만처럼 ‘빚투’인 신용거래 융자 잔액을 의무적으로 대주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 개인 공매도를 활성화할 필요성이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개인이 신용거래 융자를 통해 산 주식은 증권사가 담보로 잡기 때문에 공매도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지만 개별 동의를 받아야 한다. 반대로 개인이 신용거래 대주를 통해 주식을 빌려 매도 후 발생한 현금을 융자 재원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이달 25일 기준 신용거래 융자는 17조 3928억 원인 반면 신용거래 대주는 334억 원으로 격차가 큰 만큼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개인투자자들이 신용거래 융자를 할 때 주식을 공매도 재원으로 쓰도록 동의할 유인이 많지 않아 제도적으로 의무화할 필요성이 있다”며 “자신이 빚투로 산 주식이 공매도 재원으로 활용된다고 생각하면 좀 더 신중해지면서 리스크 관리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체 거래 대비 공매도 거래 비중 자체가 낮아진 만큼 개인들이 공매도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렵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금융투자 업계의 한 관계자는 “개인 입장에서도 시장을 부정적으로 바라봐야 공매도를 할 텐데 대선 정국을 앞두고 각종 공약이 나오는 상황에서 적극 공매도를 하기는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