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클 CDS 18개월 만에 최고치… "AI 투자 확대로 신용 리스크 급등"

2025-11-04

AI·클라우드 투자 확대로 부채 급증

국채금리·기술섹터 불안도 겹쳐

단기 부도 우려는 없지만, 위험 프리미엄 높아져

[서울=뉴스핌] 고인원 기자= 미국 IT기업 오라클(Oracle·티커 ORCL)의 신용부도스와프(CDS)가 18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4일(현지시간) 신용시장 데이터에 따르면, 오라클의 5년물 CDS 스프레드가 87.7bp(1bp=0.01%포인트)로 급등하며 지난해 중반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CDS는 기업 부도에 대비한 보험료 성격의 지표로, 수치가 높을수록 시장이 해당 기업의 신용 위험(부도 가능성)을 더 높게 평가하고 있음을 뜻한다. 이번 급등은 기관투자자들이 오라클의 부채 구조에 대한 경계심을 키우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 "AI·클라우드 투자 확대로 부채 급증"

시장 전문가들은 최근 오라클의 CDS 급등이 단순한 일시적 변동이 아니라, 대규모 인공지능(AI)·클라우드 인프라 투자로 인한 차입 증가가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제로헤지에 따르면, 오라클의 CDS는 9월 초 이후 불과 두 달 만에 40bp에서 88bp로 두 배 이상 상승했다. 특히 10월 말부터 가파르게 오르며 2024년 신용시장 불안기 이후 가장 빠른 재평가(credit repricing) 흐름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AI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사업 확장으로 자금 소요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시장 참가자들이 오라클의 기업의 부채 의존도를 반영하는 레버리지 비율(leverage ratio)을 재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채금리·기술섹터 불안도 겹쳐

오라클 신용지표의 급등은 미국 국채금리 상승과 기술주 섹터 전반의 신용 경색이 맞물리며 심화됐다. 미 국채 수익률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기업들의 차환(재융자) 비용이 커졌고, 최근 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 등 대형 기술주들이 보수적인 실적 전망을 내놓으면서 투자자들이 기술기업 채권 전반에 대한 헤지(위험 회피) 거래를 늘린 것으로 풀이된다.

신용시장 관계자는 "CDS 거래는 실제 신용사건보다 앞서 움직이는 경향이 있어, 현재의 급등은 시장의 선제적 위험 반영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단기 부도 우려는 없지만, 위험 프리미엄 높아져"

오라클의 CDS는 지난해 4월 투자등급 기술주 전반의 유동성 우려가 확산됐을 때 비슷한 수준까지 올랐었다. 이번에 그 수준을 넘어섰다는 것은, 2026년을 앞두고 자금조달 환경이 다시 불안해지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90bp 안팎의 스프레드는 당장 부도 위험을 뜻하진 않지만, 시장 변동성 확대와 신용 프리미엄 상승을 의미한다"며 "투자자들이 오라클 채권에 대해 더 높은 보험료(위험 보상)를 요구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국채금리 안정돼야 신용 스프레드 완화될 것"

향후 미 국채금리가 안정되고 위험자산 선호심리가 회복된다면, 오라클 CDS는 70~75bp 수준으로 되돌아갈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반대로 90bp를 웃도는 흐름이 지속될 경우, 투자등급 기업 전반의 신용위험이 구조적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koinwo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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