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나’ 법칙을 배우자

2025-12-17

이원후 심리상담사/칼럼니스트/논설위원

30대 중반 청년이 상담실을 찾아왔다. 그는 “자다가도 화가 나 벌떡 일어날 때가 많아요. 나라도 내 인생도 평온한 게 하나도 없어요.”라며 고민을 토로했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사람은 이 청년과 같은 장기적 울분 상태에 시달리고 있다. 그만큼 우리의 일상생활에 우울감이 깊이 파고들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러한 우울증을 해결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상담실에 문을 두드리고 있다.

인생을 살다 보면 우울감에 시달려 삶의 의욕을 잃고 시들해지는 순간이 있다. 그럴 때면 주변으로부터 “너 아직도 그러고 사냐?”라는 조롱과 무시를 당하기도 한다. 하지만 인생이란 넘어진 채로 버텨야 하는 시간이 예상보다 훨씬 길다. 때로는 이러한 조롱과 무시가 우리를 자극하고 일으키게 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잠깐 읽는 책 한 구절 혹은 길거리에서 들은 한마디에서 우리는 깨달음을 얻고 나아갈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뜻밖의 순간도 좋지만, 그보다는 나만의 법칙을 만들고 실천하면서 우울감을 극복하는 확실한 방법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중 필자가 제시하는 방법은 바로 ‘구나’ 법칙이다. ‘그렇구나’, ‘좋구나’, ‘맞구나’ 바로 하루를 행복하게 만드는 주문이다. 이렇게 ‘구나’ 법칙만 잘 지키면 싸울 일이 없다. 우리는 하루에도 많은 사람을 만나 수없이 많은 대화를 주고받는다. 그 가운데서 의견 충돌이 생기고 감정이 상하고 때로는 마음의 골이 깊어지기도 한다. 대부분의 이러한 갈등은 내 생각이 정답이라고 생각하는 고집에서 비롯된다. 상대방의 말에 귀를 열기보다는 나의 말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려는데 에너지를 쓰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작은 말 하나에도 상처받고 오해하고 멀어지게 된다. 하지만 ‘구나’ 법칙을 실천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이 법칙은 단순해 보이지만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다. “아! 그렇구나”라고 말하는 순간, 상대방 마음의 문이 열린다. “오! 좋구나”라고 말하는 순간, 함께하는 분위기가 따뜻해진다. “그래 맞구나”라고 말하는 순간, 서로의 생각이 이어진다. 이 세 마디는 마음의 문을 열고 관계를 회복시키고 세상을 부드럽게 만드는 열쇠이다.

‘그렇구나’는 인정이다. 뜨거운 말다툼 속에서도 이 한마디면 불씨를 잠재울 수 있다. ‘좋구나’는 환대이다. 누군가의 선택과 성공을 함께 기뻐하는 것은 그것만으로도 큰 응원이 된다. ‘맞구나’는 존중이다. 각자의 삶에는 각자의 맞음이 있다. 너의 처지에서 보면 그것이 맞는 것이고, 나의 처지에서 보면 또 다른 맞음이 있는 법이다. 세상은 하나의 답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다양한 답이 공존하는 사회가 더 건강하다. 그렇기 때문에 다름을 인정하는 성숙한 태도가 필요하다.

이처럼 ‘구나’ 법칙을 실천하면 신기하게도 관계가 원만해지고 갈등이 줄어들고 결국 내 마음이 편안해진다. 마음을 닫고 “왜 그래?”라고 묻는 대신 “그렇구나”라고 이해해 보자. “왜 그랬어?”라는 추궁보다 “좋구나”라고 인정해 보자. “내가 맞아”라는 고집 대신 “맞구나”라는 여유를 부려보자. ‘구나’ 법칙은 이해하려는 마음, 함께 기뻐하려는 마음, 인정하려는 마음이 담겨있다. 말에는 힘이 있고 방향이 있다. 그 방향이 따뜻하면 사람도 따뜻해지기 마련이다. 이 글을 읽는 모두가 ‘구나’ 법칙을 통한 대화를 시작으로 오늘 하루도 따뜻하게 보내길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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