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ing&Food] 자꾸 생각나는 그때 그 맛…'추억의 먹거리' 돌아왔다

2025-05-29

자꾸 생각나는 그때 그 맛 …‘추억의 먹거리’돌아왔다

70년대부터 최근 단종된 먹거리 재출시

이미 검증된 맛·품질로 찾는 사람 많아

과거의 향수와 신선함을 동시에 제공

1960~90년대의 제주도와 서울의 생활상을 섬세하게 담아낸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는 중장년층에게는 아련한 기억과 감성을, MZ세대에게는 신선한 문화적 경험을 선사하며 전 세대의 호평을 받았다. 이처럼 과거의 향수를 자극해 긍정적인 추억을 소비로 연결하는 ‘노스텔지어 마케팅’은 콘텐츠 업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최근 F&B 업계에서도 이러한 흐름이 두드러지고 있다. 라면, 쿠키, 버거, 아이스크림, 편의점 도시락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과거 인기를 끌었던 제품들이 다시 등장하고 있으며, 소비자 반응도 뜨겁다. 그렇다면, 추억의 먹거리가 다시 돌아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40대 직장인 노정연 씨는 최근 SNS에서 아이스크림 ‘대롱대롱’의 재출시 소식을 접하고 반가운 마음에 이를 공유했다. ‘대롱대롱’은 롯데삼강(현 롯데웰푸드)이 1987년 출시한 아이스크림으로, 과일처럼 생긴 플라스틱 통 안에 오렌지 등 과일 맛 셔벗이 들어 있는 제품이다. 한때 대표적인 장수 제품으로 꼽혔지만, 2010년 단종되며 사라졌었다. 노 씨는 “어린 시절, 무더운 여름날 땀을 흘리며 먹었던 대롱대롱의 맛이 생생한데, 재출시 소식을 들으니 너무 반가웠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유통 매대에서는 이처럼 ‘추억의 먹거리’들이 자주 눈에 띄고 있다. 그 배경에는 각 업계가 과거 단종됐던 인기 제품들을 잇달아 재출시하고 있는 흐름이 자리하고 있다. 2025년 재출시 트렌드의 포문을 연 것은 농심이다. 1975년 출시돼 ‘형님 먼저, 아우 먼저’라는 광고 카피로 사랑받았던 ‘농심라면’을 창립 60주년을 맞아 다시 선보인 것이다. 지난 1월 재출시된 이 제품은 출시 3개월 만에 1000만 봉지 이상 판매되며, 상반기 가장 주목받는 라면 신제품으로 떠올랐다. 일부 대형마트에서는 품절 사태까지 벌어졌다.

써브웨이 역시 민트초코 마니아들의 꾸준한 요청에 힘입어, 단종 4년 만에 ‘민트초코 쿠키’를 재출시했다. 해당 제품은 민트의 상쾌함과 진한 초콜릿의 조화가 특징으로, 2021년 단종된 이후 민초파(민트초코를 선호하는 사람들)로부터 지속적인 재출시 요구가 이어져 왔고, 올해 2월 재출시로 이어졌다.

버거킹의 ‘통모짜와퍼’도 대표적인 재출시 아이템이다. 2015년 처음 출시된 이후 단종됐다가 2019년, 2024년, 그리고 올해까지 총 세 차례 재출시되며 매번 큰 화제를 모았다. 특히 2019년 재출시 당시에는 출시 3주 만에 누적 판매량 100만 개를 돌파하며 베스트셀러 자리에 올랐다. 버거킹 관계자는 “통모짜와퍼와 함께, 2017년 한정 메뉴로 출시됐다가 2023년 재출시한 ‘트러플머쉬룸버거’는 판매 종료 이후에도 고객센터와 SNS를 통해 재출시 요청이 끊이지 않아 다시 선보인 대표적인 사례”라며 “재출시 이후 ‘다시 나와서 너무 좋다’는 반응이 많았으며, 이는 브랜드에 대한 고객의 충성도를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재출시에는 소비자의 애정 어린 요청이 큰 영향을 미친다. 오리온의 ‘포카칩 스윗치즈맛’은 달콤짭짤한 치즈 풍미와 바삭한 식감으로 고정 팬층을 형성했던 제품이다. 꾸준히 재출시 요구가 이어졌고, 2024년 8년 만에 다시 돌아왔다. 오리온 측에 따르면, 이 제품은 최근 몇 년 사이 스낵 중에서 소비자 재출시 요청이 가장 많았다. 고객들은 ‘그 어떤 치즈 과자도 대체할 수 없다’ ‘일주일에 다섯 봉지를 먹을 자신이 있다. 과장이 아니라 진심이다’ 등의 메시지를 고객센터에 남겼다.

소비자들의 단체 행동이 재출시를 끌어낸 사례도 있다. 농심이 1981년 출시한 카레 맛 과자 B29는 1991년 단종됐지만, 이후 네티즌들이 자발적으로 ‘B29의 재생산을 바라는 카페’라는 커뮤니티를 만들어 재출시를 요구했다. 이에 농심은 2009년 해당 제품을 다시 선보였지만 3년 만에 다시 단종됐다. 그러나 올해 창립 60주년을 맞아 B29는 또 한 번 시장에 복귀했다. 농심 관계자는 “재출시된 제품들은 오래전 사랑받았던 추억의 제품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며 “그 시절을 기억하는 소비자에게는 향수를, 새롭게 접하는 소비자에게는 신선함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추억 소환 마케팅은 사회 전반의 불황 기조와도 맞물려 있다. 고물가 시대를 맞아 실속 있는 소비에 대한 니즈가 높아진 가운데, F&B 업계는 이미 검증된 맛과 품질을 지닌 제품을 재출시함으로써 높은 만족도는 물론 ‘그 시절 감성’까지 제공하고 있다. GS25는 지난 4월, 11년 전 가성비 도시락으로 호평받았던 ‘혜자 도시락 - 등심돈까스’를 재출시했다. 대표 메뉴인 등심돈까스, 스파게티, 닭강정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미트볼·계란말이·볶음김치 등 총 6가지 반찬을 추가해 구성했고, 출시 직후 도시락 매출 1위에 등극했다. 박종서 GS리테일 FF팀 매니저는 “이번 제품을 시작으로 과거 큰 사랑을 받았던 혜자 도시락 인기 메뉴들을 엄선해 순차적으로 재출시할 계획”이라며 “불황 속 소비자에게 익숙한 맛과 추억을 제공해 다시 한번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유통 업계가 앞다투어 과거 히트 상품을 다시 꺼내 드는 이유는 명확하다. 이미 맛과 품질이 검증된 만큼 소비자 신뢰를 얻기 쉬울 뿐 아니라, 해당 제품에 얽힌 감성과 경험을 다시 한번 불러일으켜 구매 동기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건국대 예술디자인 대학원 시각정보디자인학과 겸임교수이자 브랜드 디렉터인 윤세노 브랜드러버 대표는 “드라마를 제작할 때 이미 흥행한 웹툰을 원작으로 삼는 것처럼 먹거리도 마찬가지”라며 “경기가 좋지 않을수록 신제품을 출시할 때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전략이 필요한데, 특정 맛과 추억을 무기로 소비자가 구매 의지를 강하게 밝혀온 제품은 어느 정도 인지도와 신뢰도가 확보돼 있기 때문에 더 안전한 선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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