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김기랑 기자 = 내년부터 국민연금 보험료가 오르는 대신 앞으로 받을 연금도 늘어난다. 월급에서 빠져나가는 보험료율이 인상되고, 연금으로 돌려받는 소득 대체율은 높아지면서 '더 내고 더 받는' 구조가 본격화되는 것이다. 출산·군 복무 가입기간 인정 확대와 저소득·고령층 부담 완화 조치 등도 함께 시행된다.
정부는 국민연금 재정의 안정성이 일정 수준 확보됐다고 보고, 내년부터 보험료와 급여 구조를 동시에 조정하기로 했다. 최근 기금 운용 성과가 개선되면서 제도 개편을 추진할 여건이 마련됐다는 판단이다.
◆ 올해 기금 수익률 20% '역대 최대'…구조 개편 단행
29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12월 잠정치 기준 국민연금 기금은 약 1473조원으로 지난해 말(1213조원)보다 260조원(21.4%)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연금 급여 지출액의 약 5.9배에 해당하는 규모다.
연간 기금 수익률은 약 20%로, 지난 1988년 제도 도입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수익률(15%)도 상회했다. 이는 대부분 국내외 주식에서 기인한 성과로, 자산군별 수익률을 잠정치 기준으로 보면 ▲국내주식 78% ▲해외주식 25% ▲대체투자 8% ▲해외채권 7% ▲국내채권 1% 순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재정 여건을 바탕으로 국민연금 제도도 내년부터 달라진다. 우선 보험료율은 현행 9%에서 9.5%로 0.5%포인트(p) 오른다. 앞서 보험료율은 1998년 이후 지금까지 9%로 유지돼 왔다. 내년부터 매년 0.5%p씩 단계적으로 인상돼 오는 2033년에는 13%에 도달하게 된다.
국민연금 전체 가입자의 월 평균소득인 309만원을 기준으로 보면 사업장 가입자의 월 보험료는 기존보다 7700원, 지역 가입자는 1만5400원 오르게 된다. 정부는 보험료 부담이 상대적으로 큰 지역 가입자를 고려해 저소득층 보험료 지원 대상을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연금으로 받는 금액도 늘어난다. 소득 대체율은 기존 41.5%에서 43%로 인상된다. 소득 대체율은 가입자가 보험료를 납부한 기간의 평균 소득 가운데 연금으로 보장되는 비율을 뜻한다.
예컨대 생애 평균 월소득이 309만원인 가입자가 40년간 보험료를 납부할 경우, 월 연금액은 기존(123만7000원)보다 약 9만2000원 늘어난 132만9000원이 된다. 다만 소득 대체율 인상 효과는 앞으로 보험료를 납부할 가입자에게만 적용되며, 이미 연금을 수령 중인 수급자의 급여액은 변하지 않는다.

정부는 소득 대체율이 오르면 현 수급자들의 연금액만 늘고 미래 가입자들에게는 부담이 커지는 게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 소득 대체율 인상이 특정 세대에만 유리한 조치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소득 대체율에서 '소득'이란 보험료를 납부하고 있는 기간의 소득을 의미한다. 따라서 인상된 소득 대체율은 아직 보험료를 납부 중인 가입자에게만 적용된다"며 "보험료 납부를 종료하고 이미 연금을 수령하고 있는 수급자의 연금액에는 변화가 없다"고 설명했다.
◆ '크레딧' 가입기간 인정 확대…노령연금 감액 손질
청년층을 위한 '크레딧' 가입 기간 보완 장치도 강화된다. 크레딧은 출산을 하거나 군 복무를 마친 가입자에게 추가 가입 기간을 부여하는 제도로, 지난 2008년부터 시행됐다.
출산 크레딧은 현재 둘째 자녀부터 12개월, 셋째부터 18개월씩 최대 50개월까지를 가입 기간으로 인정하고 있으나 내년부터는 첫째부터 12개월, 셋째부터 18개월씩 상한 없이 인정된다. 50개월 상한도 폐지한다.
군 복무 크레딧은 최대 6개월에서 12개월로 늘어난다. 정부는 군 복무 전체 기간을 가입 기간으로 인정하는 방안도 중장기 과제로 검토 중이다.

저소득 지역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을 덜기 위한 제도도 손질된다. 기존에는 실업이나 휴직 등으로 보험료 납부를 중단했다가 재개한 가입자에 한해 보험료의 50%를 12개월간 지원했으나, 내년부터는 납부 재개 여부와 관계없이 월 소득 80만원 미만인 지역 가입자라면 지원 대상이 된다. 최대 지원 금액은 월 3만7950원이다.
복지부는 "이번 확대에 따라 지원 대상은 올해 19만3000명에서 내년 73만6000명으로 대폭 증가하게 된다. 내년 지원 예산도 올해 대비 58% 늘어난 824억원으로 편성됐다"며 "저소득 지역 가입자들의 가입 기간이 늘면서 연금액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노령연금 감액 제도도 손질된다. 현행 제도는 국민연금 수급자가 근로·사업소득을 얻을 경우, 해당 소득이 전체 가입자 평균소득(2025년 기준 월 309만원)을 넘으면 초과분에 대해 5~25%의 감액률을 적용해 연금액을 줄여왔다. 특히 월 소득이 평균소득을 소폭 웃도는 1·2구간(2025년 기준 월 소득 509만원 미만)에 감액 대상자가 집중돼, 전체 감액 대상자의 약 65%가 이 구간에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정부는 감액 규모는 크지 않지만 대상자가 많은 1·2구간을 폐지하기로 했다. 2025년 기준으로 보면 월 소득이 309만원을 초과하더라도 509만원 미만인 경우에는 연금 감액을 적용하지 않게 된다. 예컨대 월 소득이 350만원인 연금 수급자는 기존에는 평균소득을 넘는 41만원에 대해 5% 감액률이 적용돼 매달 2만500원가량의 연금이 줄었지만, 제도 개선 이후에는 감액 없이 연금 전액을 받을 수 있다.
정부는 국민연금 기금이 소진되더라도 연금 지급에는 문제가 없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연금은 국가와 국민 간의 약속으로, 법 개정을 통해 국가의 연금 지급 보장 의무가 명확히 규정됐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제도에 대한 불안을 해소하고 신뢰를 높이기 위해 제도 개선과 소통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연금은 어떤 경우에도 지급된다. 기금이 소진된다고 해서 연금을 받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며 "기존에는 법에 국가의 시책 수립 의무만을 두고 있었지만, '국가가 연금 급여의 안정적·지속적 지급을 보장해야 한다'고 보다 명확히 규정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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