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탑건: 매버릭’(2022)에서 주인공인 매버릭은 직속상관으로부터 “자네처럼 전투기를 모는 파일럿이 결국 사라질 것”이라는 말을 듣는다. 매버릭은 “그럴지라도 오늘은 아니다”라고 응수한다. 그는 1970년대 사용하던 4세대 전투기인 F-18 호넷으로 적지 침투와 폭격 임무를 수행한다. 적지에서 노후기종인 F-14 톰캣을 몰고 탈출하면서 놀라운 실력으로 적국의 최신전투기 2대도 격추한다.
영화와는 달리 현실은 딴판이다. 5세대 최첨단 스텔스 전투기 F-35조차 ‘구시대의 유물’이라며 굴욕을 당한다. 도널드 트럼프 차기 행정부의 정부효율부 공동수장으로 지명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F-35가 비싸고 복잡하며 모든 것을 조금씩 할 수 있지만 어느 것도 잘하지 못하는 기체”라고 혹평했다. 그는 드론전쟁이 미래라며 “F-35 같은 유인전투기를 만드는 멍청이들이 아직 있다”고도 했다.
머스크의 말은 과장이 아니다. F-35가 탐지를 피하는 최신 스텔스 기능과 첨단 무장체계를 갖췄다지만 인공지능(AI) 전투기에는 미치지 못한다. 지난해 2월 중국 난징항공항천대 연구팀의 시뮬레이션 결과 중국 AI가 조종하는 극초음속 전투기는 F-35를 8초 만에 격추했다. AI 전투기는 인간이라면 감당하기 어려운 마하 11의 속도로 적기 30㎞ 후방으로 날아가 미사일을 발사하는 전술을 구사했다. 그런데도 대당 가격은 F-35가 1억달러로 AI 무인 전투기(2000만∼3000만달러 추정)보다 3∼5배 비싸다. F-35는 운용·유지에도 많은 돈이 들어가 ‘돈 먹는 하마’라 불린다. 올해 미 국방부의 관련 비용은 4850억달러에 이른다. 2088년 퇴역 때까지 개발 및 유지, 보수에 들어가는 돈도 2조달러를 웃돌 것으로 추산된다.
미국과 러시아, 중국 등 주요국들은 유·무인 복합체계로 운용되는 6세대 전투기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1∼2대의 유인전투기가 AI 체계로 여러 대의 무인전투기를 거느리고 최첨단 레이저 무기도 탑재된다. 미국은 2030년부터 차세대 전투기를 배치하고 일본과 유럽에서도 2035∼2040년 AI전투기가 실전에 등장할 전망이다. 매버릭이 말한 ‘오늘’이 눈앞의 현실로 닥친 모양이다.
주춘렬 논설위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