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이 필 때’
- 용혜원 시인
꽃봉오리가
봄 문을
살짝 열고
수줍은 모습을 보이더니
봄비에 젖고
따사로운 햇살을 견디다 못해
춤사위를 추기 시작했다.
온몸으로 봄소식을 전하고자
향기를 내뿜더니
깔깔깔 웃어 제치는 소리가
온 하늘에 가득하다
나는 봄마다
사랑을
표현할 수 없거늘
너는 어찌
봄마다
더욱더 화려하게
사랑에 몸을 던져
빠져버릴 수가 있는가
신바람 나게 피어나는
벚꽃들 속에
스며 나오는 사랑의 고백
나도 사랑하면 안 될까
<해설>
벚꽃이 가득한 세상입니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꽃으로 세상이 환해졌구나하고 감탄사를 내지르는 순간 이내 흰나비 날갯짓처럼 난분분, 난분분 하르르 꽃잎이 휘날립니다. 벚꽃의 계절은 이처럼 허망기만 합니다.
시인은 벚꽃 핀 봄날을 “온몸으로 봄소식을 전하고자/ 향기를 내뿜더니” 깔깔깔 웃어젖히는 소리가 온 하늘에 가득하다며 만발한 벚꽃이 “따사로운 햇살을 견디다 못해/ 춤사위를 추기 시작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시인의 말대로 지금은 벚꽃의 춤판과 노래가 가득한 세상입니다.
휘날리는 저 벚꽃처럼 화려하게 사랑에 몸을 던져 빠져버리고 싶은 유혹의 봄날입니다. 이 화사한 봄날에 꽃잎의 색깔로 어두운 마음을 몰아내고 온 신경, 신경마다 꼬마전등처럼 환한 불빛이 켜질 수 있도록 봄빛을 한아가득 몸속에 불어 넣고 싶어집니다.

강민숙 <시인, 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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