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 사상 처음으로 감액만 반영된 예산안이 통과됐다. 줄어든 금액 대부분이 재난·재해 복구 등에 사용되는 목적예비비로 알려지면서 올해 잦은 농업재해로 몸살을 앓은 농업계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회가 10일 본회의에서 통과시킨 ‘2025년도 예산안’은 정부안 677조4000억원보다 4조1000억원이 감액된 내용을 담았다.
감액 규모가 가장 큰 건 예비비다. 4조8000억원에서 2조4000억원으로 반토막 났다. 예비비는 재해 복구, 원화 부족 보전, 국제부담금 등 사용 목적이 정해진 목적예비비와 그 외 임시 용도로 사용하는 일반예비비로 나뉜다. 당초 목적예비비로 배정된 2조6000억원이 국회 논의 과정에서 1조원 깎여 1조6000억원만 남았다. 이런 가운데 국회는 목적예비비 지출 용도에 고교 무상교육 사업비와 2681억원가량의 5세 무상교육 사업비를 끼워 넣었다. 고교 무상교육 사업비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개정될 경우 100% 정부가 부담하게 되는데, 교육부는 이 비용을 9447억원으로 추계하고 있다. 목적예비비 규모는 준 반면 사용처는 늘어난 셈이다.
실질적인 재해대책비가 줄면서 향후 농업재해 복구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산 집행이 신속히 집행되기 어려울 수 있어서다. 게다가 농림축산식품부는 내년도 예산에서 재해대책비를 올해(2800억원)와 견줘 42.9% 줄인 1600억원만 편성했다. 8월 브리핑에서 박범수 농식품부 차관은 “재해대책 비용은 국가의 의무지출 항목으로, 요건이 발생하면 국가 예비비에서 끌어다 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상기후로 농업 피해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미 지난달에 117년 만의 11월 폭설로 경기와 충북·충남 일부 시·군의 농업 피해가 잇따르면서 예비비가 투입된 바 있다.
지유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