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 농식품 관련 수출액을 135억달러로 늘리고 2027년에 230억달러로 확대하는 ‘케이푸드플러스(K-Food+) 수출 혁신 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케이푸드플러스는 농식품과 스마트팜·농기자재·펫푸드 등 농식품 관련 산업을 아우르는 말이다. 지난해 수출액이 121억달러였고, 올 9월말까지 수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8.3% 증가한 통계에 비춰 볼 때 목표 달성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올해부터 수출물류비 지원이 폐지된 상황에서 우리 수출 농가 및 수출업체가 노력을 다한 결과라고 평가한다.
하지만 내용을 살펴보면 농식품 수출이 특정 가공 품목에 편중돼 있다. 수출액이 가장 많은 라면의 경우 9월말 기준 전년 동기 대비 29.6% 증가했다. 냉동김밥·즉석밥·떡볶이 등 쌀가공식품은 전년 동기 대비 41.6%나 늘었다. 반면 신선농산물의 경우는 가공식품에 비해 수출 실적이 크게 저조했다.
수출에 의존하는 우리 경제구조에서 우리 농산업도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수출 활성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농산업 수출 증대를 위해서는 가공식품과 신선식품을 구분한 투트랙 전략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먼저 수출물류비 지원 폐지 이후 수출전문조직 육성을 통한 간접지원으로 정부 지원 방향이 전환된 만큼 이에 대한 보다 실효성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 특히 상품 개발, 시장 개척, 홍보 및 마케팅 지원에 대한 농가와 수출업체의 수요를 면밀히 파악한 후 피부에 와 닿는 지원이 절실하다. 아울러 스마트팜·농기자재·펫푸드 등 전후방 산업의 수출 증가에 맞춘 수출 확대 지원 방안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수출 실적이 저조한 신선농산물에 대해서는 취급하는 농가들이 대부분 소규모이므로 이에 대한 지원 대책이 요구된다.
첫째, 신선농산물 특화 물류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저온유통(콜드체인) 시스템, 저온창고, 냉동차량 지원 등 농가들이 부담하기 어려운 비용에 대해 우선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또 수출물류비에 상응하는 선도 유지비 지원도 검토할 만하다.
둘째, 수출에 대한 경험이 부족한 수출농가들에 대한 원스톱 시스템이 제공되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예컨대 수출 절차 관련 컨설팅 제공, 관세사 및 수출입 업무 대행(포워딩) 업체 주선, 통합마케팅 지원, 원스톱 행정서비스 지원 등이 원스톱 시스템에 포함될 수 있다.
셋째, 수출물류비 지원 폐지에 대한 대안으로 수출 생산자 단체에 대한 포장상자값 등 실효성 있는 지원 자금이 보다 확대되면 수출 농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수출 상위 품목인 가공식품에 대해서는 교통 및 물류의 이점을 적극 활용해 보다 수출을 확대할 수 있는 전략을 강구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부산신항이 위치한 부산 강서구에 전국 규모의 수출물류센터를 설치하고, 장기적으로는 네덜란드 바헤닝언 푸드밸리 같은 대규모 푸드밸리를 수출항구 인근에 구축해 농식품 수출의 메카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푸드밸리에는 식품 가공업체, 수출입업체, 연구소들을 입주시켜 식품 개발 및 가공 후 바로 수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면 물류비용이 크게 절감될 것이다. 항구를 통해 수입된 원재료도 바로 가공에 투입될 수 있으므로 우리나라에서 생산되지 않거나 물량이 부족한 원재료 확보에도 큰 도움이 된다. 푸드밸리에 대규모 유통 및 관광 단지를 조성하면 국제적으로 케이푸드에 대한 인지도 제고를 통한 수출 확대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정원호 한국식품유통학회장 부산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