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는 지난 8년 동안 외야 한 자리에 외국인 타자를 기용했다. 2014년부터 3년 간 활약했던 1루수 브렛 필이 떠난 뒤로는 2017년 입단한 로저 버나디나, 2019년 입단한 프레스턴 터커, 2022년 입단한 소크라테스 브리토까지 KIA 외국인 타자는 계속 외야수였다.
정든 소크라테스를 떠나보내고 빅리그 88홈런의 거포 패트릭 위즈덤을 영입하면서 KIA는 8년 만에 다시 외인 1루수로 시대로 돌아간다. 1·3루 수비 가능한 위즈덤은 KIA의 1루를 전담할 계획이다.
이제 시선은 KIA의 국내 외야수들로 향한다. 그동안 외국인 타자가 버티고 있던 KIA 외야는 나성범이 입단한 2022년 이후로는 딱 한 자리만 국내 타자들에게 허용됐다. 게다가 최원준이 2023년 후반기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오면서는 외야수들이 출전 기회를 따내기가 더 힘들었다.
KIA가 외국인 내야수를 영입한 올해는 외야수들의 출전 기회가 확대된다. 지난해 1루수로 변신을 시도했던 이우성은 다시 외야로 돌아간다. 우익수 나성범만 고정, 좌익수와 중견수는 사실상 언제든 교체 가능하다.
좌익수 이우성, 중견수 최원준으로 출발할 가능성이 높지만 상대 투수에 따라 외야 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폭이 넓어졌다. 우타자 이창진과 좌타자 박정우도 있다. 수비의 귀재 김호령까지 외야 경쟁이 다시 뜨거워진다.
이범호 KIA 감독도 이 부분에 주목하고 있다. 이범호 감독은 최근 통화에서 “이우성, 이창진 등 복합적으로 쓸 수 있는 외야 카드가 있다. 이창진은 출루율도 높고 발도 빠르고 수비도 괜찮다. 이우성은 타격이 괜찮고, 상대가 우완일 때는 좌타 박정우도 있다. 우리 외야수들 자체가 팀에 도움이 될 툴을 더 많이 갖고 있다. 외야에서 활용폭이 넓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이창진은 백업이라고 하기엔 아까운 주전급 선수다. 2019년 가장 많은 133경기에 나가 470타석에 서며 타율 0.270을 기록해 주전으로 발돋움하는 듯 보였지만 이듬해 부상으로 거의 뛰지 못했다. 2021년 터커·최원준, 2022년부터는 소크라테스·나성범으로 고정된 외야에서 남은 한 자리에 그나마 가장 많이 출전해온 외야수다. 2022년에는 111경기 404타석에 나가 타율 0.301을 기록하기도 했다. 컨택능력 있고 출루율이 좋으면서 발도 빨라 활용도가 매우 높지만 자리가 한정된 외야에서 실컷 출전할 수가 없었다. 지난해에도 타율 0.262, 출루율은 0.401로 높았지만 103경기에서 247타석에 서는 데 만족했다. 올해는 비교적 많은 타석에 설 수 있을 전망이다.
지난해까지 KIA의 최대 경쟁 구역은 1루였다. 외야수 김주찬이 마지막에 1루로 이동해 뛰다 2020년을 끝으로 은퇴한 뒤 주인을 찾지 못한 KIA 1루는 지난해에도 전체 포지션 중 유일하게 고정된 한 명을 만들지 못했다. 이우성과 변우혁이 나눠 맡았으나 수비와 타격에서 각자 약점을 지우지 못해 한국시리즈에서도 KIA 1루는 매경기 선발이 바뀌었다.
이제 1루 백업은 변우혁이 전담하고, KIA의 라인업 고민 구역은 1루에서 외야로 이동한다. 약점을 먼저 떠올리며 고민하던 전과 달리 여러 선수를 놓고 장점을 먼저 생각하며 선발 출전자를 고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