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위상은 1년만에 달라졌다. 2024시즌을 앞둘 때까지만해도 5강 밖 전력이라고 평가를 받았던 삼성은 이제 우승 후보라고 꼽힌다.
2024년 예상을 깨고 좋은 성적을 냈다. 정규시즌 선두 싸움을 계속 이어나갔고 2위를 기록하며 플레이오프 직행 티켓을 따냈다. 포스트시즌이 시작된 후에는 한국시리즈 진출까지 성공했다. ‘왕조’ 시절의 끝자락인 2015년 이후 9년만이었다.
비록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삼성은 ‘할 수 있다’라는 걸 알게 됐다. 우승에 대한 목마름이 생각보다 더 크다는 것 또한 깨달았다.
한편으로는 불안한 마음도 적지 않다. 2024시즌에는 최상의 시나리오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타선 주장 구자욱이 타율 0.343 33홈런 등으로 커리어하이를 달성했고 1군 데뷔 3년차를 맞이한 김영웅이 28홈런을 치며 ‘알’에서 깨어났다. 선발 투수 원태인은 15승(6패)를 올리며 다승 1위를 기록했다.
특히 주목할 기록은 홈런이다. 삼성의 팀 홈런 개수는 185개로 이 부문 압도적인 1위였다. 2위 NC가 172개였는데 홈런 1위인 맷 데이비슨(46개)를 보유하고 있는 팀이었다. 삼성은 구자욱의 33홈런이 팀내 최다 홈런 개수임에도 팀 홈런 1위를 기록했다. 삼성이 포스트시즌 기록한 홈런도 18개로 홈런을 앞세웠다. 타자 친화적인 대구 삼성라이온즈의 이점을 살려 ‘홈런’에 강점을 가진 팀으로 이미지를 굳혔다.
하지만 야구계에서는 흔히 ‘방망이는 믿을 게 못 된다’라는 속설이 있다. 타격은 리듬이 있기 때문에 1년 내내 좋은 컨디션을 유지할 수 없다는 걸 모두 잘 안다. 홈런 역시 치고 싶다고 해서 모두가 칠 수 없다. 게다가 삼성이 홈런이 많은 팀이라는 인식을 심어준 이상, 새 시즌에는 거포 선수들에게 더욱더 견제가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삼성이 홈런 외에 주목해야할 기록이 있다. 바로 실책이다.
삼성이 장타를 많이 쏘아올려 좋은 성적을 낸 것도 있지만 팀이 선두 싸움을 할 수 있게 한 건 사실상 수비였다.
2024시즌 삼성의 팀 실책은 81개로 이 부문에서 10개 구단 중 가장 적은 수치다. 10개 구단 평균 실책 개수가 94개였는데 평균보다도 10개 이상 적었다. 이 부문 1위를 기록한 KIA(127개)와는 46개나 차이난다. 두자릿수 실책을 기록한 선수는 김영웅(15개), 이재현(11개) 등 두 명 뿐이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명 유격수 출신으로 삼성의 감독 대행을 맡을 때부터 기본기를 강조해왔다. 매년 스프링캠프에서 강도 높은 훈련을 하는 것도 수비를 탄탄하게 하기 위함이다. 야구계 전문가들도 삼성이 지난 시즌 선전한 이유 중 하나로 수비를 꼽았다.
많은 지도자들이 ‘수비에는 기복이 없다’라고 한다. 삼성이 더 높은 곳으로 도약하려면 지난 시즌처럼 수비가 바탕이 되어야한다.
매년 오키나와에서 스프링캠프를 진행했던 삼성은 이번에는 괌에서 먼저 담금질을 하기로 했다. 괌에서 1차 전지 훈련을 치르는건 2017년 이후 8년만이다. 일본 오키나와가 2월초까지는 날씨가 들쑥날쑥하기 때문에 따뜻한 괌에서 몸을 만들고 시작하겠다는 박진만 삼성 감독의 특별 요청이 있었다. 이번에도 고강도의 훈련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삼성이 가장 주목해야할 부분은 ‘수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