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김도영(21)은 지난 26일 열린 KBO리그 시상식에서 MVP를 받은 뒤 수상 소감을 말하던 중 박기남 수비 코치에게는 특별히 “저 때문에 올해 고생 많이 하신 박기남 코치에게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다”라고 했다.
그리고 ‘올시즌 점수를 매기자면 100점 만점에 몇 점 인가’라는 질문에는 “80점”이라고 답했다. 그 이유로 “수비를 나름 중요시하는데 20점은 수비에서 깎였다”라고 했다. 가장 영광스러운 자리에서도 계속 수비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김도영은 올시즌 최고의 한해를 보냈다. 프로 데뷔 3년차에 141경기에 출장해 타율 0.347, 38홈런, 109타점, 40도루를 기록했다.
득점 1위(143득점), 장타율 1위(0.647) 등 타이틀을 두개나 획득했고 타율 3위, 홈런 2위, 안타 3위(189안타), 출루율 3위(0.420) 등 타격 전반적으로 리그 최고의 성적을 냈다.
4월에는 한 달 동안 홈런 10개와 도루 14개로 프로야구 역사상 처음 ‘월간 10홈런-10도루’를 달성했다. 전반기 81경기에서만 23홈런, 26도루를 달성하며 역대 5번째 ‘20-20 클럽’ 가입을 확정했다.
지난 7월 23일 광주 NC전에서는 ‘내추럴 사이클링 히트’를 달성했다. 이어 8월 15일 고척 키움전에서는 올 시즌 111경기 만에 KBO리그 역대 9번째 ‘30홈런-30도루’ 기록을 세웠다. 20세 10개월 13일로 역대 최연소였고, 경기 수 역시 가장 적었다. 40홈런-40도루 기록에서는 홈런에서 2개가 부족해 아쉬움을 남겼지만 그동안 달성한 기록들이 어마어마했다.
하지만 김도영의 마음 속에 가장 걸리는 기록이 있었다. 바로 실책이다. 김도영의 올시즌 실책 개수는 30개로 이 부문에서 1위다. KIA의 팀 실책 1위(146개)에도 적지 않게 기여했다.
이날 시상식에서는 수비 부문에 대한 시상도 따로 진행됐다. 3루수 부문에서는 허경민이 수상했다. 이를 지켜봤던 김도영에게 ‘수비상 욕심’에 대해 묻자 “수비상까지는 바라지 않고 그냥 ‘정상적인 3루수’라도 되고 싶다”라고 했다.
올시즌을 돌이켜본 김도영은 “다른 야수 형들 얼굴을 못 볼 정도로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라고 떠올렸다. KIA 코칭스태프들은 시즌 중 타 팀 3루수 선배들에게서 글러브를 빌려올 정도로 김도영의 수비 실력을 살리기 위해 애썼다.
김도영은 “시즌 초반 목표는 ‘무난하게 하루만 보내자’일 정도였다. 잘하고 싶은 마음은 없으니까 무난하게만하자라고 생각을 했다. 이제는 어느 정도 안정감이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라고 바람을 표했다.
다행히 시즌을 치르면서 김도영은 안정감을 찾아갔다. 한국시리즈에서도 실수 없이 3루 자리를 지켰다. 특히 프리미어12에서는 호수비를 몇 차례 선보였다. 류중일 대표팀 감독의 인정도 받았다.
김도영은 “지난해 보다 수비가 확실히 늘었다고 이야기해주셨다. 류중일 감독님이 저에게 진짜 밀착 지도를 해주시고 계속 봐주셨다. 류중일 감독님, 류지현 코치님에게 감사드린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그러면서 “어느 정도 수비에서 가능성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타격에서 아무리 많은 기록을 세웠다하더라도 실책이 더 줄어들었으면 하는 마음이 크다. 김도영은 “20-20이나, 30-30을 하지 못하더라도 수비에서 실책이 줄어든다면 그걸로 만족할 수 있을 것 같다”며 “다음 시즌에는 마음을 편히 먹고 수비에만 집중한다는 느낌으로 경기에 임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