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4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5층에는 화장품 업계 관계자와 인플루언서, 유튜버 등 700여 명이 모였다. 일본 온라인 오픈마켓 ‘큐텐재팬’을 운영하는 이베이재팬와 화장품 제조자 개발생산 업체(ODM) 코스맥스가 공동 주최한 콘퍼런스 현장이다.
이날 이베이재팬은 일본 등 해외 시장에 화장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큐텐재팬 K뷰티 지원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시장분석부터 온라인 판매, 광고‧마케팅, 상품 기획, 라이브방송, 오프라인 시장 진출로 이어지는 프로그램이다. 이베이재팬은 올해 국내 200개 화장품 브랜드를 선정해 해외 진출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 회사 구자현 대표는 “기업가치 1000억엔(약 9775억원) 20개사, 100억엔(약 977억원) 100개사 육성이 목표”라고 밝혔다.
행사장에는 화장품 연구·개발·생산(ODM) 업체인 코스맥스가 개발한 제품들이 전시됐다. 수분 강화, 주름 개선 화장품 등 계약과 동시에 원하는 케이스‧브랜드를 붙여서 판매할 수 있는 완제품들이다. 이날 행사장에서 만난 한 중소화장품 업체 마케팅 담당자는 “이렇게 개발이 다 완료된 제품을 보니, 내 이름 걸고 화장품 브랜드를 하나 론칭하고 싶어졌다”라고 말했다.

판매 플랫폼인 큐텐재팬과 생산·개발자인 코스맥스가 손을 잡은 데는 일본을 비롯한 해외 시장에서 K뷰티 제품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강연자로 나선 이경수 코스맥스 회장은 “올해 (여러분은) K뷰티의 용머리에 올라타는 것”이라며 “이제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전 세계 뷰티 시장을 이끄는 원동력이 인디 브랜드의 성장이고 코스맥스만 해도 연 매출 1000억원 이상 인디 브랜드 24곳과 함께 성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일본 시장 성장세는 가파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대(對)일본 화장품 수출 규모는 10억 달러(약 1조4552억원)로 전년 대비 20.6% 증가하며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이미 2023년부터 일본에선 한국 화장품이 프랑스‧미국 화장품보다 잘 팔린다.

일본에서 K뷰티 인기 이유로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을 따지는 ‘코스파(コスパ)’가 꼽힌다. 단순히 ‘한국 화장품’이라고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베이재팬 관계자는 “일본 소비자들은 아젤리아산(염증 완화), 시카(진정 효과), 레티놀(피부 재생) 등 세부 성분을 꼼꼼하게 따지는 성향이 있고 특히 고가 화장품을 구입할 여력이 없는 젊은층은 특히 더 코스파를 중시한다”고 전했다.
구 대표는 “한국 화장품이라서 사는 게 아니다. ‘매력적인 디자인과 품질, 합리적 가격, 재밌는 마케팅 때문에 샀는데 알고 봤더니 한국 화장품이었네?’ 같은 경험을 한 일본 소비자들이 급증했다”라며 “10~20대에서 인기를 얻기 시작한 K뷰티가 30~40대를 넘어 이제 50대까지 쓰고 있으니, 이건 일시적 부흥이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