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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집권 자민당과 연립여당 공명당이 소득세 비과세가 적용되는 구간인 이른바 ‘103만엔의 벽’을 160만엔(약 1545만원)으로 올리는 안을 국회에 제출하기로 결정했다고 27일 아사히신문 등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그간 정부·여당은 123만엔을, 제3야당 국민민주당은 178만엔을 인상 목표치로 제시해 협상에 난항을 겪어 왔다. ‘소수 여당’ 상황을 타개하려는 자민·공명과 제2야당 일본유신회, 국민민주당의 서로 다른 정치적 셈법이 절묘하게 균형을 이뤘다는 평가가 나온다.
보도에 따르면 자민·공명 양당은 전날 소득세 비과세가 적용되는 소득 범위를 기존 103만엔에서 160만엔으로 인상하는 세법 개정안을 조만간 국회에 제출하기로 결정했다. 양당은 다만 비과세가 적용되는 연수입 상한을 850만엔(약 8210만원)으로 정한다는 내용을 새로이 추가했다.
국민민주당은 이에 대해 즉각 반대 입장을 표했다. 인상 목표치가 그간 주장해 온 178만엔에 미치지 못하는 데다, 연수입 상한이 생기면 비과세 혜택을 보지 못하는 사례가 생긴다는 이유에서다. 후루카와 모토히사 국민민주당 대표 대행은 “소득 제한은 새로운 ‘벽’을 만드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현지 언론은 이번 안을 두고 “미묘한 타결”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각 정당의 이해관계와 목표점이 상이한 가운데 일치점을 찾았다는 것이다.
먼저 자민·공명당 입장에서 국민민주당은 그간 계륵 같은 존재였다. 지난해 10월 중의원(하원) 총선에서 과반 달성에 실패한 이상 법안 및 예산안 통과를 위해 야당 협조가 꼭 필요했지만, 178만엔이란 인상 목표치는 세수 감소분을 지나치게 늘릴 수 있었다. 아사히에 따르면 국민민주당 안의 필요 재원은 중앙.지방 합계 7조~8조엔, 이번 자민·공명 안은 1조~2조엔으로 큰 차이를 보인다.
고민 상황은 최근 변화 계기를 맞았다. 여당이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와 정책 협의를 맺은 것이다.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일본유신회 대표인 요시무라 히로후미 오사카부 지사와 지난 25일 국회에서 만나 일본유신회가 그간 요구해 온 ‘고교 수업료 무상화’에 합의했다. 대신 정부·자민당은 2025회계연도 예산안 통과 등에 일본유신회 표를 받기로 했다.
그러면서도 여당은 인상 목표치를 기존 123만엔에서 160만엔으로 대폭 올려 국민민주당과의 “결정적인 관계 악화는 피하고 미래 협력의 가능성을 남겼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평가했다. 향후 일본유신회와의 협력 기조가 무너질 가능성을 고려했다는 분석이다.
공명당은 자민당보다도 인상에 적극적이었다. 지난해 말 정부안이 123만엔 인상으로 결정된 이후 국민민주당과 자민당 간 협상이 틀어지자 재협상을 위한 중재에 나선 게 공명당이었다. 소득 상한도 자민당은 500만엔으로 정하려 했으나, 공명당 주장으로 850만엔까지 높아졌다.
마이니치신문은 공명당이 올여름 참의원(상원) 선거를 의식해 이같이 움직였다고 분석했다. 공명당은 국민 생활·민생 증진을 소구점으로 삼고 있는데, 비과세 범위 확대에 소극적으로 비쳤다가 국민민주당에 의제 주도권을 빼앗길까 우려했다는 것이다. 닛케이는 직전 총선 때 공명당이 텃밭 오사카·간사이 지역 의석을 일본유신회에 빼앗긴 만큼 최근 연대가 마냥 반갑기 어려운 속내라고 전했다.
반면 국민민주당은 이번 여당 안에 반대 목소리를 내는 게 향후 참의원 선거 때 “오히려 지지자가 늘어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여 협상력이 줄어든 것은 우려할 점이지만, 178만엔으로의 인상안이 여론조사에서 인기가 많아 기존 주장을 유지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