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석산우송미술관에서 시작된 새로운 질문

완주 연석산우송미술관에서 이달 말(31일)까지 열리는 ‘우마 지도리 특별전’은 조용하지만 강한 울림을 전한다.
지난달 중순, 7박 8일간 완주에 머물며 함께 창작했던 인도 작가들은 이미 고국으로 돌아갔다. 낯선 언어로 건넨 농담도, 한옥마을에서 찍은 기념사진도 이제는 추억 속에 남았지만, 그들이 남긴 작품은 여전히 전시장 벽에서 관객을 향해 말을 건다. 이번 전시는 그 만남의 결과물이자, 떠난 이들의 목소리가 완주에 남아 이어지는 또 다른 대화다.

이번 특별전에 참여한 작가는 한국의 곽풍영, 권은경, 김온, 문리, 박승만, 박영선, 소찬섭, 이보영, 이올과 인도의 아제이, 아키에스, 빈디, 비노이, 치파, 모니카, 타바숨, 산토스, 바니타, 유스프 등 총 19명이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인도 케랄라의 ‘기비 팜(Giby Farm)’에서 케케이엘람재단과 함께 아트캠프를 개최했으며, 그에 상응하는 제2차 국제교류를 올해 연석산우송미술관이 호스트가 되어 이어가게 됐다.
그 결과물로 선보인 그림, 조각, 설치, 사진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은 단순한 감상용이 아니다. 완주라는 지역이 타자의 시선을 받아들이며 다시 해석되기 시작한 현장이라 할 만하다. 인도 남부의 짙은 정글색이 담긴 회화 앞에 서면 관객은 자연스레 완주 산줄기의 흔들림을 떠올리게 된다. 국적도 배경도 다른 작품들이 나란히 걸리면서 완주의 풍경은 더 이상 ‘지역적 특색’이라는 이름으로 고립되지 않는다.

정여훈 연석산우송미술관 학예연구사는 “이번 특별전에서 느낄 수 있는 현대미술의 매력은 낯선 길에 들어섰을 때 마주치는 색다른 풍경을 즐기는 경험과 같다”며 “미술이란 이미 닦여진 길에서 벗어나려는 시도이며, 그 벗어남을 즐길 수 있는 것은 낯선 세계관을 탐색하려는 용기 있는 실천”이라고 소개했다.
연석산우송미술관은 이번 전시를 단발성 결과 발표가 아닌, 완주가 아시아 미술의 실험장이 되는 첫 사례로 삼고 있다. 인도 측 관계자들이 이미 상호 레지던시 정례화를 제안했고, 한국 작가들의 인도 초청도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연석산우송미술관은 인도의 반얀트리아트센터로부터 미술관이 운영 중인 ‘우마레지던시’와 협업해 청년 미술가들이 양국을 오가는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함께 추진하자는 제안을 받았다. 이를 위해 내년 1월 현지를 방문해 구체적인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또한 한국 작가 5명은 인도 보팔에서 열리는 아트캠프에 초청을 받았다. 전시가 끝이 아니라, ‘떠난 친구들이 다시 돌아올 통로’를 작품으로 남겨 둔 셈이다.
문리 연석산우송미술관 관장은 “우리는 아시아 미술을 한국에 불러들이고, 전북 미술을 세계로 펼치는 미술운동에 집중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내공 깊은 미술가들의 가치를 진심으로 인정하고 존중하며 묵묵히 걸음을 옮기겠다”고 밝혔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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