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리스크 떨친 HDC현대산업개발, 긍정·부정 시그널 교차

2025-03-26

HDC현대산업개발이 최근 잇단 수주 낭보와 기수주 현장에서의 공사비 증액에 성공하는 등 승승장구하고 있다. 실질적인 오너이자 HDC그룹 총수인 정몽규 회장이 대한축구협회장 4연임을 확정하고 논란을 일순간에 잠재운 가운데, 회사의 숙원 사업을 향한 청사진도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아시아나항공과의 법적 다툼에서 최종 패소했고 사고 관련 처분도 남아 있어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업황 침체 속 경영·수주 지표 '양호'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 한 해 동안 4조2562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영업이익과 당기순익을 각각 1846억원, 1557억원씩 거둬들이는 등 업황 침체 속에서 준수한 실적을 유지했다. 특히 영업활동현금흐름은 지난 2022년 광주 화정 시공 현장 붕괴사고 수습의 여파로 1조7351억원 손실로 인식됐지만, 이듬해부터 흑자로 돌려세운 뒤 지난해에도 3143억원 흑자를 기록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몇 년간 수익성 중심의 선별 수주 기조를 내세우면서도 20조원에 육박하는 총 19조9429억원의 수주잔고를 보유 중이다. 이를 회사의 연간 매출로 환산하면, 약 4년 7개월치 수준의 안정된 일감이다. 이는 건설업계에서도 상위권에 해당하는 액수다.

회사 측은 성장세를 유지하기 위해 신규 수주를 이어가는 한편, 수익성을 다지는 차원에서 기존 현장의 공사비 상향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HDC현산은 이달에만 ▲원주 단계주공아파트 재건축사업(공사비 약 4369억원) ▲안양역세권 재개발사업(약 1382억원) ▲부산 광안4구역 재개발사업(약 4196억원) 등의 시공권을 잡았다.

또 올 초부터는 ▲중앙선 도담~영천 복선전철 노반 신설 공사(발주처 한국철도시설공단) ▲ 부산 대연3구역 주택재개발사업 ▲광주 도시철도 2호선 2단계 공사 ▲천안 부성6 아이파크 신축공사 등에서 각각 수십~수백억원의 공사비를 올리는 데 합의하면서 원가 상승에 따른 부담을 점차 덜고 있다.

회사가 오랜 기간 공들여 온 숙원 사업 중 하나인 서울 월계동 광운대역세권 개발사업 '서울원'도 순항하고 있다. 기존 철도 시설 부지에 약 4조5000억원을 투입해 3000여 가구의 주거시설과 상업시설, 호텔, 오피스 등을 건설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로 최근 아파트 '서울원 아이파크'를 성공리에 분양하며 무난한 시작을 알렸다.

이 밖에도 현재 HDC현대산업개발 본사가 있는 용산역 아이파크몰과 맞닿은 '용산역 정비창전면 제1구역 재개발사업' 수주도 노리고 있다. 이 사업은 지상 38층 빌딩 12개 동과 아파트 777가구, 오피스텔 894실, 판매·근린시설·업무시설 등을 건설하는 9558억원 규모의 프로젝트다.

앞서 용산역 민자역사 개발 및 용산철도병원부지 개발사업, 용산역 전면공원 지하공간 개발 등을 맡은 경험을 토대로, 용산 정비창 프로젝트를 수주하고 일대를 'HDC용산타운'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다.

'패소·징계' 등 과거 악재 여진

HDC현대산업개발은 이처럼 업황 침체 속에서도 장밋빛 흐름을 이어가고 있지만, 5년 전 아시아나항공 인수 추진 과정에서 지급한 계약금 문제와 지난 2022년 초 광주광역시에서 발생한 시공 현장 붕괴 사고의 후속 결정이 숙제로 남아 있다.

지난 13일 대법원은 아시아나항공과 금호건설이 HDC현대산업개발, 미래에셋증권을 상대로 낸 질권소멸통지 등 소송의 상고심 선고에서 아시아나항공 승소로 최종 판결했다. 이로써 HDC현대산업개발은 미래에셋과 컨소시엄을 꾸려 지난 2019년 아시아나항공·금호건설에 건넨 인수 추진 계약금(이행보증금) 2500억원을 결국 돌려받지 못하게 됐다.

지난 2022년 1월 발생한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 사고에 대한 서울시의 행정처분도 앞두고 있다. 고층 콘크리트 타설 과정에서의 문제로 6명이 숨지고 1명이 다치는 인명 피해와 관련해, 올 1월 광주지법은 현장소장 등 회사 관계자 3명과 관련 작업을 담당한 하청 소장 및 전무 등 현장 관계자들에게 징역 2~4년의 유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항소를 제기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 행정처분 주체인 서울시가 HDC현대산업개발에 영업정지 또는 건설업 등록 말소 등의 중징계를 내릴 가능성도 남아 있다. 다만 법원이 1심에서 HDC현대산업개발 전 대표이사 등 본사 관계자들에 무죄를 선고한 점과 최근 화정아이파크 입주예정자들이 서울시에 시공사에 대한 선처를 요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한 사실에 미뤄 볼 때 경징계에서 마무리될 수도 있다.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올해는 서울원을 비롯해 용산 철도병원 부지, 공릉역세권 등 대규모 사업을 성공리에 추진하고 미래를 선도하는 기업으로 도약하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계적인 건축·컨설팅 기업들과의 협업을 통해 현재 본사가 있는 용산 일대에 글로벌 상권과 비즈니스 허브를 조성하는 계획을 세웠고, 서울원 아이파크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강북권과 서울 및 전국 주요 도심 랜드마크 사업지에서 수주를 늘리고 아이파크의 경쟁력을 키울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