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주 홈플러스 사재출연, 직접 증여 방식 유력" [시그널]

2025-03-17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이 홈플러스의 소상공인 거래처 피해 지원을 위해 사재 출연 카드를 꺼낸 가운데, 홈플러스에 직접 증여하는 방식이 유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홈플러스 결손금이 5000억 원을 넘으면서 증여에 따른 법인세를 내지 않아도 되는 데다 유상증자 등 지분을 확보하는 방식 대비 사재 출연의 순수성 측면에서도 긍정적 평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1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김 회장의 사재 출연 방식은 홈플러스에 대한 직접 증여가 유력하게 꼽힌다. 주된 이유는 증여에 따른 세금 부담이 없기 때문이다. 회계법인의 한 세무 관계자는 “통상적인 상황이라면 증여하는 주체인 김 회장에게는 세금을 낼 의무가 없지만 증여받는 홈플러스 입장에서는 법인세 부담이 생긴다”며 “홈플러스가 수년째 영업손실을 내며 결손금이 수천억 원에 달해 법인세 전액이 차감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2024년 2월 금융감독원에 공시한 감사보고서에서 홈플러스는 “미래 과세소득과 상계 가능한 홈플러스 결손금은 5179억 2100만 원”이라고 밝혔다. 추산하는 주체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김 회장의 사재 출연 규모는 1000억~2000억 원에 달한다고 거론된다. 법인세 최고세율(24%)을 적용한다고 할 때 증여에 따라 내야 할 법인세는 240억~480억 원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결손금의 5~10%에 해당한다. 결손금으로 법인세 전액이 차감될 수 있는 것이다. 단 증여를 통해 홈플러스에 현금이 투입돼도 바로 소상공인 지원에 쓰이지는 못하고 채권단 동의는 거쳐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법무법인의 한 관계자는 “영세 소상공인 지원 목적이라는 측면에서 채권단도 큰 이견 없이 지원에 승낙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서 거론되는 홈플러스 유상증자, 상환전환우선주(RCPS) 출자 가능성에 대해서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다른 회계법인 관계자는 “출자를 하게 되면 김 회장 본인도 채권자로서 채권단에 합류할 수밖에 없다”며 “가급적 신속하게 현 상황을 정리하고 싶은 김 회장이 주주로 남을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짚었다.

홈플러스 지분을 확보할 경우 사재 출연 의도를 두고 비판받을 가능성도 거론됐다. 또 다른 회계법인의 세무 관계자는 “현재 홈플러스 지분이 없는 김 회장이 출자할 경우 주요 주주에 오를 수밖에 없는데 향후 차익 실현 가능성 등 사재 출연의 순수성이 의심받을 수 있다”며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낮아보이지만 홈플러스 경영 정상화 후 매각 시 양도세 부담이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의 사재 출연은 발표 하루 이틀 전 급박하게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언제’ ‘어떻게’ ‘얼마나’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힌 게 없다. 시장에서는 수일 내에 소상공인 지원 규모를 MBK가 발표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사모펀드(PEF) 운용사 사이에서는 김 회장의 사재 출연을 두고 ‘상식에 어긋난 선례’를 남기게 됐다는 말이 돈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외 PEF 운용사 어디를 봐도 포트폴리오 기업이 기업회생, 파산에 들어갔다고 PE 대표가 사재 출연을 하는 사례는 없었다”며 “앞으로 PE들은 포트폴리오 기업의 경영이 어려워질 때마다 대표의 사재 출연 요구를 받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과거 사례를 봐도 그룹사 총수는 계열사가 법정관리 등 어려움을 겪을 때 기업의 사회적 책임 차원에서 사재를 출연한 적은 있어도 PE 대표가 출연한 경우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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