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지난 5월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에서 발생한 방사선 피폭 사고를 중대재해처벌법상 중대산업재해로 분류하고 법 위반 여부 조사에 착수했다. 삼성 계열사가 중대재해법 관련 조사를 받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재해자 A씨와 B씨의 요양기간 연장을 통보받고 지난 15일부터 중대재해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고 24일 밝혔다. 중대재해법은 중대산업재해의 정의 중 하나로 ‘같은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한 경우’를 두고 있는데, 두 재해자의 요양기간이 6개월을 넘기자 중대재해법이 적용된 것이다.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에서 일하던 A씨와 B씨는 지난 5월27일 반도체 원재료인 웨이퍼 검사 장비인 ‘엑스선형광분석장치(XRF)’를 정비하던 중 인터록(안전장치) 불량으로 손 등에 방사선 피폭을 당했다. 두 사람은 작업종사자 기준치보다 각각 188배, 56배 초과하는 피폭을 당했다.
삼성전자는 이번 사고가 ‘부상’이 아닌 ‘질병’이라고 주장해 왔다. 사고가 ‘부상’으로 분류되면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상 중대재해가 된다. 산안법 시행령은 ‘3개월 이상의 요양이 필요한 부상자가 동시에 2명 이상 발생한 재해’를 중대재해 요건 중 하나로 두고 있다. 피해자와 전국삼성전자노조 등은 이번 사고가 ‘부상’이라고 주장했다.
노동부는 지난달 방사선·의학 관련 학회 3곳과 법무법인 3곳의 자문을 받아 이번 사고를 ‘부상’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이번 사고는 산안법 적용 대상이 됐고, 노동부는 삼성전자가 산안법상 중대재해 보고 의무를 위반했다며 과태료 3000만원을 부과했다. 이어 재해자들의 요양기간이 길어지며 중대재해법까지 적용되게 됐다.
중대재해법 적용으로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 확보 의무 준수 여부가 쟁점이 됐다.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 관계법령 위반 여부도 함께 따지게 되는데,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이 안전·보건 관계법령인 원자력안전법을 위반했다며 지난 9월 과태료 1050만원을 부과했다. 원안위는 삼성전자가 배선과 경고등을 임의로 교체했다고 봤다.
재해자 B씨는 지난달 국회에 낸 탄원서에서 사고 당시 회사가 한국원자력의학원에 데려다주지 않고 방사선과 관련이 없는 사내병원과 대학병원으로 보냈다고 밝혔다. B씨는 “치료를 받던 중 회사가 사고를 질병으로 보고했다는 사실을 알게 돼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느꼈다”며 “회사의 안전 관리·감독 부실과 사고 대처 미흡 등 큰 과실로 왜 이런 재앙같은 피해를 입어야 하는지 매우 슬플 따름”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