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권지현 기자] 4대 금융지주가 최대계열사인 은행을 앞세워 올해도 역대급 실적을 거뒀다.
고금리 효과로 남은 4분기 역시 사상 최대 실적이 예고돼 있지만 내년도 경영 환경을 생각하면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 '1%대 초저성장' '본격 금리인하'만 해도 쉽지 않은데 탄핵 정국으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지난 몇 년래 가장 어려운 '고차 방정식' 과제가 놓여있다.
◇1년새 1.7조원 뛰며 '순익 정점'...전례없는 주주환원 경쟁은 '의미'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의 9월 말 당기순이익은 14조2653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13조6107억원)보다 4.8% 증가했다. 이자이익은 31조원을 넘어섰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4대 금융의 4분기(10~12월) 순익 전망치는 2조4305억원으로, 단순 합산할 경우 연 순익은 16조6958억원에 달한다. 지난 2022년 연 순익 15조5312억원을 기록한 4대 금융은 지난해 14조9685억원으로 잠시 주춤했으나 올해 본격 고금리 효과로 이자이익이 정점을 찍으면서 1년 만에 단번에 16조원대 순익을 예고했다.
'새로울 것이 없는' 호실적 연속이었지만, 올해는 대형 금융지주들이 주주환원 정책을 잇달아 내놓으며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작지 않은 의미를 안겨줬다. 투자자들의 관심이 회사의 매출액, 순익에서 '당장 내가 얼마를 돌려받을 수 있을지'로 옮겨가면서 CEO들도 기민하게 움직였다. 양종희 KB금융 회장은 지난 10월 실적발표 자리에 처음으로 등장, 직접 그룹의 주주환원 강화 방안을 설명해 눈길을 끌었다. 이달 갑작스런 탄핵 정국 돌입으로 대외신인도 하락 우려가 커지자 KB·신한·하나금융 등은 글로벌 주요 투자자들과 적극 소통하며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차질 없이 이행할 것이라 또 한 번 약속했다.
KB금융은 2025년부터 보통주자본(CET1)비율 13%를 초과하는 잉여자본을 주주에게 돌려주기로 했다. 당장 올해 연말 CET1비율 13%가 넘는 잉여자본은 내년 1차 주주환원의 재원으로 활용한다. 신한금융은 '2027년까지 주주환원율 50% 및 자사주 5000만주 소각'이라는 통 큰 결단을 내렸다. 두 금융지주는 현재 분기 균등배당을 시행하고 있다. 하나금융도 2027년까지 주주환원율 50% 달성 목표를 내걸었으며, 분기 균등배당 도입을 검토한다. 우리금융은 CET1비율 12.5~13.0% 구간에서는 40%까지, 13.0% 초과 시에는 50%까지 주주환원율을 확대하기로 했다.
◇더욱 드러난 '비은행 체력'...내년 자본시장 부문 경쟁 격화 전망
금융지주가 은행 이자이익을 앞세워 거둔 호실적은 역으로 비은행의 약한 경쟁력을 부각시켰다. 4대 금융에서 증권·보험·카드 등 비은행 계열사들의 순익 비중은 9월 말 기준 평균 20.4%로 나타났다. KB금융(40.4%)이 유일하게 40%를 넘어섰으며, 신한금융(22.1%), 하나금융(13.8%), 우리금융(5.1%) 순이었다. 평균 20.4%로, 올해를 제외하고 최고 실적을 냈던 지난 2022년(19.7%)과 0.7%포인트 차이에 불과하다.
4대 금융 모두 10곳이 넘는 비은행 계열사를 두고 있고 지난 2년 동안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비은행 강화를 꾀했지만 의미있는 수준으로 비은행의 존재감을 끌어올리지 못했다. 올해 신년사에서 금융지주 회장들은 "지난해 비은행 성장 저하 등 그룹의 부족한 면들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그룹 시너지 영역을 확대해야 한다"(임종룡 우리금융 회장)고 언급, 은행 중심의 순익 구조 탈피 의지를 피력했으나 역부족이었다.
금리 인하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하는 내년부터는 은행 수익 하락이 불가피한 만큼 4대 금융의 비은행 전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실제 이들 금융지주는 지난 10월 올해 3분기 실적발표 자리에서 순익 방어를 위해 향후 자본시장 부문을 집중 공략하는 전략을 직접적으로 드러냈다.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김재관 KB금융 최고재무책임자(CFO)는 "2025년엔 금리 하락에 따라 이자이익은 일부 감소하겠으나 자본시장 부문의 수익으로 인한 비이자이익과 선제적으로 쌓은 충당금 등이 순익 증가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으며, 천상영 신한금융 CFO는 "올해 은행보다는 자본시장쪽에서 부진했기에 그룹사 차원에서는 자본시장 경쟁력 회복이 급선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