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은 재능 가지고도
간절함 없으면 못 버텨
감독·코치 눈에는
누가 더 절실한지 다 보여
메이저리그(MLB) 통산 477홈런 강타자 애드리언 벨트레(46)가 SSG 유니폼을 입었다. 그가 SSG 퓨처스 선수들에게 강조한 키워드는 ‘배고픔’과 ‘간절함’이었다.
벨트레는 11일 오전 인천 강화군 SSG 퓨처스필드를 찾았다. MLB 텍사스 시절 팀 동료였던 추신수 SSG 구단주 보좌역의 초대에 응했다. SSG의 ‘MLB 레전드 멘토링 데이’ 행사의 멘토로 나선 벨트레는 자신의 21년 MLB 경험을 바탕으로 강연하고 선수들의 질문에 답했다.
벨트레는 “오늘을 희생하고 강한 정신력으로 힘든 시간을 버티면 더 나은 야구 인생을 보낼 수 있다. 그러지 못해서 좋은 재능을 가지고도 MLB에서 오래 버티지 못한 선수들을 많이 봤다”고 조언했다. 그는 “야구에 대한 배고픔이 누가 더 크냐에 따라 빅리거가 되고 안되고가 갈린다. 그런 배고픔이 감독과 코치의 눈에 다 들어온다. 누가 MLB에 올라가서 열심히 할 지가 보인다”고 했다. 1군 무대를 바라보며 2군에서 땀흘리는 선수들에게 더 와닿을 수밖에 없는 조언이었다.
벨트레는 “야구에 대한 배고픔이 있어야 자기 루틴이 만들어 진다. MLB에 처음 올랐을 때부터 마지막까지 늘 내 루틴으로 운동을 했다. 플랜B는 없었다. 늘 플랜A를 따랐다. 술, 친구, 이성 등 방해가 될 요인도 많았지만 거기에 현혹되지 않고 정해진 길로 운동을 한 게 내 야구 인생에서 가장 중요했다”고 덧붙였다.
벨트레는 1998년 LA 다저스에서 데뷔해 시애틀과 보스턴을 거쳐 2018년 텍사스에서 은퇴했다. MLB에서 21시즌을 뛰면서 통산 3166안타에 477홈런을 때렸다. 4차례 실버슬러거, 5차례 골드글러브를 차지할 만큼 공수에서 모두 뛰어났고, 지난해 명예의전당까지 올랐다.
불과 19세 나이로 MLB에 데뷔할 만큼 재능 넘치는 선수였지만, 벨트레는 이날 강연 내내 정신력과 노력을 이야기했다. ‘배고픔과 간절함이 독이 된 적은 없었느냐’는 질문에 “단 한 번도 없었다”고 고개를 저었다. 벨트레는 “MLB에서 야구를 하는 동안 배고픔을 잊은 적이 없었다”고 했다.
벨트레는 동시에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강조했다. 그는 다저스에서 데뷔한 초년생 시절이 가장 힘들었다고 했다. 그때도 누구보다 일찍 운동장에 나와 훈련하고 노력했지만, 결과가 기대만큼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벨트레는 “그때가 가장 힘든 시기였던 것 같다. 하지만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루틴을 지키면서 훈련을 했더니 좋은 결과가 나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시종일관 진지하게 조언하던 벨트레는 ‘선수 시절 누가 가장 힘들었느냐’는 말에 “병현 킴”이라며 크게 웃었다.
벨트레는 “한국이라서 하는 말이 아니다. 언더스로 투수가 95마일(약 152㎞) 공을 던지는데 건드리지도 못했다. 김병현 상대 경기 전날이면 꿈에도 나올 만큼 힘들었다. 김병현이 나이 들고 구속이 전보다 떨어졌을 때 만나서 드디어 첫 안타를 쳤다. 너무 기뻐서 세리머니를 했다”고 웃었다. 벨트레와 김병현의 실제 상대 전적은 16타수 1안타(타율 0.063)였다.
벨트레는 MLB 통산 163승 투수 콜 해멀스(42)와 함께 한국을 찾았다. 벨트레와 마찬가지로 해멀스도 텍사스 시절 추 보좌역과 함께 뛰었다. 12일에는 해멀스가 강연한다. 두 사람은 14일 추 보좌역 은퇴식까지 참석하고 미국으로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