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시즌 신인왕은 두산 고졸 신인 김택연이었다.
지난해 5월부터 팀의 마무리 투수를 꿰찬 김택연은 19세이브를 올리며 역대 고졸 신인 한 시즌 최다 기록을 갈아치웠다. 시즌을 마치기도 전에 김택연은 이미 신인왕을 확정지었다.
올시즌에도 ‘제2의 김택연’을 향한 기대감이 커졌다.
2025 신인드래프트에서 1~3순위로 뽑힌 선수들이 모두 올해 즉시 전력감으로 꼽혔기 때문이다. 전체 1순위 키움 정현우와 2순위 한화 정우주, 3순위 삼성 배찬승 등이 개막 엔트리에 승선하는데 성공했다.
시즌 초반까지만해도 이들은 이목을 끌었다. 하지만 1군에 연착륙하는 과정이 녹록치 않았다.
선발진에 진입한 정현우는 데뷔전인 3월26일 광주 KIA전에서 122개의 공을 던지며 5이닝 8안타 7볼넷 4삼진 6실점(4자책)으로 첫 승리를 거둬 이목을 끌었다. 역대 12번째 데뷔전에서 승리를 따낸 고졸 신인으로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이후 2경기를 소화한 뒤 4월 중순 왼쪽 어깨 부상으로 1군 엔트리에서 말소돼 재활하는 시간을 거쳤다.
최고 154㎞의 빠른 공을 던지는 우완 투수 정우주는 강속구를 앞세워 한화 필승조에 자리 잡았다. 올해 29경기에서 24.1이닝 14실점(13자책) 평균자책 4.81을 기록했다. 그러나 최근 등판인 10일 두산전에서 0.1이닝 2안타 1볼넷 1삼진 2실점(1자책)을 기록한 뒤 지난 11일부터는 휴식차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지옥에서 데려온다는 좌완 파이어볼러인 삼성 배찬승은 단숨에 팀의 필승조를 꿰찼다. 그러나 시즌을 치를 수록 실점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달 27일 롯데전부터 6월11일 KIA전까지 6경기에서 6실점(4자책)을 기록하는 등 쉽지 않은 데뷔 시즌을 치르고 있다.
‘1라운더’ 고졸 루키들이 주춤하는 사이 ‘중고 신인’이 떠올랐다. KBO의 신인왕 규정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타자는 60타석 이내, 투수는 30이닝 이내면 신인왕 자격을 갖춘다.
KT에서는 신예 외야수 안현민의 활약이 돋보인다.
마산고를 졸업한 뒤 2022년 입단한 안현민은 2024년 처음으로 1군 무대를 밟아 16경기를 뛰었다. 그리고 올시즌에는 주전 자리를 단숨에 꿰차며 타선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 11일 현재 38경기에서 타율 0.341 10홈런 36타점을 기록했다. 멜 로하스 주니어(8홈런)을 제치고 팀내 최다 홈런을 치며 괴력을 자랑하고 있다.
LG 5선발 송승기도 신인왕에 도전장을 내밀 자격이 있다.
2021년 입단해 2022년 7경기 8.1이닝, 2023년 1경기 1이닝을 소화하는데 그쳤던 송승기는 올해 팀의 5선발로 낙점을 받았다. 12경기 7승3패 평균자책 2.30으로 마운드에 믿음을 주고 있다. 송승기의 활약 덕분에 LG는 선두 자리를 지켜나갈 수 있다.
중고 신인들이 이렇게 두각을 드러내고 있지만 신인왕 판도가 굳혀진 건 아니다. 기존 고졸 루키들도 반등을 꿰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현우는 재활을 마치고 돌아온 뒤 지난 8일 LG전에서 5이닝 2안타 무사사구 5삼진 1실점으로 호투를 펼쳤다. 득점 지원을 받지 못해 패전의 멍에를 썼지만 다시 신인왕 레이스에 도전할 법한 투구였다.
재정비 차원에서 2군으로 내려간 정우주도 열흘만 채우면 1군으로 돌아올 예정이다. 다시 돌아와 강속구를 뿌린다면 팀의 선두 싸움에 힘을 보탤 수 있다. 배찬승도 팀 사정상 계속 필승조로 기용될 예정이다. 삼성은 좌완 베테랑 투수 백정현이 어깨 부상으로 빠져 있는 상황이라 배찬승이 좌완 필승조 역할을 계속 맡을 수밖에 없다.
최근 10년 동안 신인왕 수상자를 살펴보면 중고 신인이 4명, 순수 신인이 6명으로 큰 차이가 없었다. 생애 단 한 번만 차지할 수 있다는 신인왕을 차지하기 위해 시즌 마지막까지 레이스가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