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수 밑에 난초처럼 뾰족이 올라온 풀을 본 적이 있는가? 그 풀이 6월쯤 보라색 꽃을 피운다면, 맥문동이 거의 확실하다. 맥문동은 번식력이 좋고 이쁘기도 해서 가로수 밑이나 화단에 많이 심는 식물이다.

이 맥문동에는 기특한 재능이 있다. 사람이 복용하면 진액을 보충해주는 것이다. 생긴 것도 쫀쫀한 젤리 같아서 몸에 진액을 넣어 줄 것처럼 생겼다. 그래서 맥문동을 이용한 한약 처방이 많다. 대표적인 처방이 맥문동탕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맥문동이 주약이고 그 외 반하 인삼 감초 갱미 등으로 이루어진 약이다, 폐가 건조해서 마른기침을 심하게 할 때 쓰는 처방이다.
지난 코로나19가 창궐하던 시기, 약국이나 한약국에는 맥문동탕이 품절되는 일이 벌어졌다. 코로나 후유증으로 인한 오래된 기침에 효능이 있다는 입소문을 타면서 동이 난 것이다. 실제로도 감기 끝에 잘 낫지 않는 기침이나 가래가 나오고 기관지 염증이 있을 때 투여하면 좋은 효능을 보인다. 오랜 흡연으로 인해 기관지가 건조하고 가래가 끊을 때도 맥문동탕은 장복할 수 있는 약으로 권장할 만하다.

맥문동탕의 역사는 꽤나 길다. 한나라 말 장중경의 <금궤요략>에 나오는 처방이니 약 1800여 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 지금까지 살아남은 처방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 동아시아 역사 속에서 수많은 사람의 기침을 어루만진 맥문동탕을 대할 때면, 가끔은 경건해지기도 한다.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환절기에 감기가 활개를 친다. 감기 증상 중 기침은 오래가고 다스리기 제일 어렵다. 그럴 때는 맥문동탕이 여러분 곁에 있다는 것을 기억해 주시길…
최미선 한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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