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4월, 메타의 내부 고발자인 사라 윈-윌리엄스(Sarah Wynn-Williams)는 미국 상원 청문회에서 메타가 중국 정부와 협력해 특정 사용자 계정과 콘텐츠를 검열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증언했다. 그녀는 메타가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해 미국 사용자의 데이터를 공유하고, 중국 당국의 요구에 따라 알고리즘 검열을 실행했다고 주장했다.
동일한 시기, 미국 정부는 백악관 공식 웹사이트에 'Lab Leak:The True Origins of COVID-19'라는 페이지를 개설해 중국 연구소의 코로나19의 인위적 유출 가능성을 명시했고, 미 국무부는 중국 국가주석을 '중국 공산당 총서기'로 지칭하도록 지침을 변경했다. 이 변화는 단순한 외교적 어휘 조정이 아니다. 미국은 이제 중국을 '국가'가 아닌 '체제'라는 기준으로 위협 요소로 재정의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산 제품에 대해 최대 145%의 관세가 부과되었고, 일부 품목은 누적 245%에 이르는 고율 관세 대상이 되었다. 이 갈등은 이제 단순한 경제 분쟁이 아닌, 체제간 전면전으로 이동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같은 구조적 충돌 속에서 기업은 어떤 전략을 세워야 할까. 메타의 사례는 그 힌트를 제공한다. 바이든 정부 시절, 메타는 코로나 백신, 선거, 바이러스 기원 등 체제 위협 중심 키워드를 기준으로 강력한 검열 정책을 시행하며 수많은 계정을 정지시키고 게시물을 삭제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과 함께, 메타는 이를 '과도한 개입'으로 인정하고, 표현의 자유 보장 기조에 맞춰 알고리즘 정책을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하나의 기업이 체제 변화에 따라 운영 정책을 전환하는 이 흐름은 단순한 규제 대응이 아니다. 기업은 이제 특정 체제의 감정과 규범, 질서에 정렬되는 '전략 자산'으로 작동한다. 더 이상 수익만을 추구하는 조직이 아닌 어느 체제 위에 서 있느냐에 따라 생존 가능성이 달라지는 시대다.
결국 기업이 설계해온 '시장'이라는 것도, 그 아래 깔린 체제 기반 질서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 함께 무너질 수밖에 없다. 시장은 공공 시스템에 대한 신뢰, 소비자의 감정적 안정, 규범적 일관성을 바탕으로 형성된 사회적 산물이다. 이 기반이 흔들리면 시장도 붕괴한다.
실제로 우리는 지금 체제 불신이 소비자 행동을 재편하는 흐름을 목격하고 있다. 사람들은 복권을 사며 즉각적 보상을 기대하고, 비트코인에 몰려 전통 금융 시스템을 회피하며, 자녀를 국립이 아닌 사립 국제학교로 보내고 가상사설망(VPN)을 통해 정보 체제를 우회하려 한다. 이 모든 행위는 단순한 소비나 트렌드가 아닌, 국가가 더 이상 나를 보호하지 못할 수 있다는 감정의 구조적 이동이다. 이와 같은 일탈은 개인의 자유가 아닌, 체제에 대한 신뢰 붕괴의 결과다. 그리고 이는 곧 시장 신뢰와 브랜드 선택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이제 기업은 '정치와 무관하다'는 말을 더 이상 할 수 없다. 침묵은 하나의 정치적 선택이 되었다.
관세는 총탄 없이 주권을 겨누고, 알고리즘은 사실을 밀어내며, 브랜드는 이미지가 아니라 사고방식을 유통하는 무기다. 고객, 사용자, 즉 시민은 기업이 어느 체제에 정렬되어 있는지를 감각적으로 판단한다. 이 현실은 기업의 침묵이 체제 앞 중립 선언이 아닌, 기존 체제를 따르겠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제 기업 전략의 언어는 다시 쓰여야 한다. 기업은 질서 간 경쟁에서 위치를 드러내는 주체이며, 고객은 단순한 수요자가 아니라 체제 정체성을 드러내는 시민이다. 브랜드는 특정 체제와 연결된 메시지를 가진 플랫폼이 된다. 그리고 전략은 단순한 확장을 넘어, 정렬과 생존을 위한 선언이 된다.
기업의 리더들은 이제 다음 질문에 답해야 한다. 우리는 어떤 질서에 정렬되어 있는가? 침묵은 우리에게 어떤 위험으로 돌아오는가? 이제, 전략은 현재 또는 미래의 질서에 대한 입장이다
손병채 ROC(Reason of creativity) 대표 ryan@reasonofcreativit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