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불법이민 경고' 자국방송에 격분한 멕시코 대통령

2025-04-23

미국이 불법이민을 막기 위한 광고를 멕시코 텔레비전에서 방송하자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이 격분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이 광고는 크리스티 놈 미 국토안보부 장관이 등장해 "미국 불법 입국은 꿈도 꾸지 말라"며 "우리나라에 들어와 법을 어긴다면 끝까지 찾아낼 것"이라고 직설적으로 경고한다.

놈 장관은 또 각종 범죄와 마약 밀매 등을 이민자의 탓으로 돌리며 "범죄자들은 미국에서 환영받지 못한다"고도 말했다.

해당 광고는 황금 시간대와 축구 경기 방송 도중 멕시코에서 방송됐다.

이에 셰인바움 대통령은 ‘차별적 광고’라며 방송 금지를 요청했다.

그는 “외국 정부가 우리나라에서 정치·이념적 선전을 하는 것을 막도록 법을 바꿀 것”이라며 멕시코 의회에 요청하겠다고 강조했다.

NYT는 셰인바움 대통령의 이와 같은 민감한 반응은 멕시코가 관세 전쟁 국면에서 국경을 맞댄 미국에 맞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여러 차례 수용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가 고율의 관세를 무기로 멕시코 정부에 불법 이민자와 마약 펜타닐 유입 문제 등을 해결하라고 압박하자, 셰인바움은 그간 국경에 병력을 배치해 불법 이민을 단속하고 마약 밀매 카르텔 조직원들을 미국에 넘기기도 했다. 또 멕시코 영토 내 카르텔 거점 지역에 대한 미 정보당국의 드론(무인기) 정찰비행까지 허용했다.

이런 상황에서 멕시코인들의 불법 이민을 노골적으로 비난하며 끝까지 추적하겠다는 으름장 광고까지 자국에서 방송되자 한계를 넘어선 '내정간섭'으로 인식한 것 같다는 게 NYT의 관측이다.

한편으론 국내 지지기반을 다지려는 정치적 의도가 담긴 발언이라는 평가도 있다.

셰인바움은 "협력은 가능하지만, 복종은 안된다"는 문구를 반복 사용해오면서 민족주의 정서를 자극했고, 지난달 여론조사 당시 지지율은 80%를 넘어설 만큼 인기를 누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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