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자 추방에 사용되는 AI 기술을 어떻게 볼것인가, 실리콘밸리 논쟁

2025-04-22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이민자 추방 정책을 돕는 AI 기술을 두고 실리콘밸리 내에서 설전이 오가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상징과도 같은 두 기업의 임원이 X에서 공개적으로 다투면서 분위기가 격앙되었다.

논쟁의 시작은 지난 19일(현지시각)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 와이컴비네이터의 공동 창립자 폴 그레이엄이 기사 하나를 공유하며 시작됐다. 기사는 빅데이터 분석 및 AI 기업인 팔란티어가 미국 이민세관집행국(ICE)과 3000만달러(한화 약 427억원) 계약을 체결했고, 이민OS 프로그램을 개발해 공급한다는 내용이었다.

폴 그레이엄은 이 기사를 공유하며 “만약, 당신이 일류 프로그래머라면, 경찰 국가의 인프라를 구축하는 회사 말고도 일할 수 있는 곳이 아주 많다”고 자신의 X에 게시했다. 이민자 추방 정책을 돕는 팔란티어에 대해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이에 대해 테드 메이브리 팔란티어 글로벌 상업 총괄 책임자가 발끈했다. 그는 “당신의 글을 읽고 팔란티어에 지원을 결정한 신입사원들을 기대하고 있다”며 “글을 지우지 말라”고 반박했다. 그는 또, “이 글과 비슷한 글을 읽고 더 효과적인 정부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악마화하는 것은 미친 짓이라고 생각하는 직원을 찾는다”고 덧붙였다.

와이어드 보도에 따르면, 팔란티어의 ‘이민OS(ImmigrationOS)’는 불법 체류자를 찾아내는 기능과 실시간으로 자진 추방 대상자를 추적하는 기능이 추가될 예정인 새로운 소프트웨어다. 2011년부터 ICE와 협력해 왔던 팔란티어가 트럼프 행정부의 ‘자진 추방 프로그램’ 정책 추진에 맞춰, 새로운 기능을 추가로 제공하게 된 것이다. 자진 추방은 트럼프 행정부가 불법 이민자에게 현금과 항공권 등 금전적인 보상을 제공해 스스로 미국을 떠나게 하는 정책이다.

이번 설전은 정치적 관점의 차이에서 비롯한 것으로 보인다. 실리콘밸리는 전통적으로 ‘리버럴’ 정파에 속해왔다. 인도나 중국, 한국 등에서 이민 온 인재들이 실리콘밸리의 핵심 인재 풀을 구성하고 있기 때문에 실리콘밸리는 이민에 우호적이었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어도비 등 테크 기업의 CEO가 인도인이라는 점도 이를 보여준다.

폴 그레이엄은 “팔란티어가 미국 헌법을 위반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을 절대 만들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약속한다면 글을 삭제하겠다”고 말했다. 팔란티어의 기술이 시민의 자유를 억제하는 데 사용된다고 이해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 팔란티어는 실리콘밸리의 대표적 보수주의 성향의 기업으로 꼽힌다. 창업자인 피터 틸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해 온 테크 거물로 꼽힌다. 그와 머스크는 페이팔을 공동 창업하기도 했다. 일론 머스크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새롭게 구성된 미국 정부효율부(DOGE)의 수장을 맡을 정도로 트럼프 행정부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테드 메이브리는 팔란티어의 기술이 정부의 역량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고 반박했다. 정치적 성향을 넘어 정부가 정책 방향을 잡으면 목표를 실현할 수 있는 기술을 제공한다는 설명이다. 테드 메이브리는 “저희는 자동차에 운전대를 달아 우리 사회가 의존하는 기관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노력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논쟁은 ‘AI 도덕성’에 대한 관점 차이기도 하다. 실리콘밸리의 주류는 지금까지 ‘착한 기업’을 표방해 왔다. AI 기술을 ‘전쟁’과 같은 분야에 사용하면 안된다는 식의 관점이 주류였다. 지난 2018년 구글은 AI를 군사작전에 활용하기 위한 국방부의 ‘프로젝트 메이븐’에 참여를 포기한 바 있는데, AI 기술을 군사작전에 사용하는 것은 비윤리적이라는 직원들의 반발 때문이었다. 폴 그레이엄의 관점은 메이븐 프로젝트 참여를 거부하던 구글 직원들의 입장에 서있는 셈이다.

이와 달리 테드 메이브리는 팔란티어가 폴 그레이엄식 관점을 버렸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 군인들이 저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있는 만큼 최고의 도구를 받을 자격이 있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한편, 워싱턴포스트는 이민자들의 이름, 주소, 법원 기록 등과 같은 개인정보에 대한 DOGE의 접근을 미 법무부가 허가했다고 22일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DOGE가 트럼프 행정부에서 이민자 추방에 공격적으로 나오면서, ICE나 국토안보부 등과 데이터를 공유해 불법 체류 의심자를 찾아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최가람 기자> ggchoi@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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