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에서는 페이스북의 모회사 메타에 대한 반독점 소송이 시작됐다. CEO 마크 저커버그는 이 소송을 막기 위해 정치적으로 다양한 노력을 했지만 피할 수 없었다. 소송의 쟁점에는 메타가 과거에 인수한 인스타그램과 왓츠앱이 있다. 경쟁상대가 위협이 되기 전에 인수해버리는 것은 전형적인 독점 행위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셜미디어를 비롯한 인터넷 기업들의 경우, 시장이 워낙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인수를 결정한 10여년 전은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상황이었다. 2012년에 페이스북이 인스타그램을 인수하던 때만 해도 10억 달러는 지나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지만, 지금은 메타 전체의 매출에서 인스타그램이 차지하는 비율이 40%를 넘는다. 완전히 효자 기업이 된 것.
흥미로운 건 저커버그가 2018년에 인스타그램을 매각하는 것을 고려했다는 사실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인스타그램의 인기가 페이스북을 잠식하는 카니발리제이션(cannibalization)을 걱정한 저커버그는 인스타그램이 독립된 회사가 되면 오히려 기업 가치가 증가할 것으로 판단했다고 한다. 궁극적으로 인스타그램 매각안은 포기했고, 계속 키워서 메타의 매출에 큰 기여를 하게 되었지만 당시 저커버그가 했던 말은 다시 돌아와 그를 난처하게 만들고 있다. ‘별도의 기업이 될 경우 기업 가치가 더 커진다’는 말이야말로 반독점법의 핵심 주장이기 때문이다. 인스타그램이 독립했으면 훨씬 더 크고 뛰어난 기업이 될 수도 있었다는 게 미국 정부의 생각이다. 결국 저커버그는 과거에 자기가 했던 발언과 싸워야 하는 상황이 된 거다.
물론 저커버그는 자기가 인수했기 때문에 지금의 인스타그램으로 클 수 있었다고 항변한다.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니지만, 반독점법은 개별 경영인의 능력 평가가 아니라 모두에게 적용될 원칙을 세우는 데 목적이 있다.
박상현 오터레터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