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의 밥벌이만”…고용 한파에 비자발적 ‘프리터족’ 증가

2024-10-12

금유진 기자 newjeans@kyeonggi.com

기자페이지

“욕심도 없는 놈이라고요? 매일 땀 흘리며 삽니다.”

#1. 미디어 전공자 윤여훈씨(30)는 최근 4개월간 근무한 화성시 건설현장의 커튼월 시공 업무를 마쳤다. 대학 전공과 무관한 일이었지만 무엇이든 해보는 게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천장만 보고 누워있을 수 없어 다양한 경험을 쌓고자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윤씨. 졸업 후 인턴과 계약직을 거치며 취업을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는 그는 “진로에 대한 욕심이 없지 않다”며 자신을 ‘꿈꾸는 프리랜서’라고 표현했다.

#2. 수원시에 거주하는 디자인 전공자 조은정씨(가명·34)는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한다. 처음부터 정규직 일자리를 포기한 건 아니었다. 프랑스 유학 후 한국에서 미술관 관리자로 취직했지만, 계약 기간이 끝나며 짐을 챙겨야 했다. 구직이 길어지던 조씨는 생계를 위해 백화점 악세서리 판매원으로 취업했으나, 가게의 사정으로 또다시 일자리를 잃었다. 조씨는 현재 거주지 근처 한 편의점에서 일 6시간 아르바이트가 하루의 전부다.

생활을 위한 ‘최소한의 돈’을 마련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는 일명 ‘프리터족(자유벌이족)’이 증가하고 있다. 프리터족은 일본에서 유래한 사회 용어로, 단기나 중장기 일자리로 생계를 유지하며 필요한 돈을 마련할 수 있을 때까지만 일하고 쉽게 일자리를 떠나는 사람을 이르는 말이다.

12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경기도내 취업시간별 전체 취업자는 781만3천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주당 36시간 미만 근무자는 451만7천명으로 경기도 전체 취업자의 절반이 넘는 57.7%를 차지한다.

도내 36시간 미만 취업자는 꾸준히 늘었다. 2021년 302만6천명으로 처음 300만명을 돌파한 뒤 2022년부터 354만5천명, 지난해에는 374만7천명으로 급증했다. 올해는 451만7천명으로 4년 만에 189% 늘었다.

특히 청년(19~34세)계층에서 고용 한파와 일자리 부족 문제로 정규직 외 계약사원, 아르바이트 등의 고용 형태로 생계를 유지하는 ‘비자발적 프리터족’이 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한국 청년들은 생계형 알바를 하며 일본 프리터족과는 다른 현실을 마주한다”며 “청년들이 구직 기간을 늘리며 대기업이나 양질의 일자리를 추구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눈높이를 낮추라는 일부의 말들은 문제의 본질을 회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용 시장의 구조적인 문제로 생기는 어려움을 사회가 직시하고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