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행법선 ‘신체 장해 정도’ 따라 보상
‘성폭력 피해’ 관련 별도 기준은 없어
개정안 발의됐지만 행안위서 계류 중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 등이 자행한 성폭력이 국가폭력으로 인정받은 지 1년 넘게 지났지만 관련 피해보상 절차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성폭력 피해자들이 보상 대상자로 포함됐지만, 현행법에는 ‘신체장해 정도’를 보상 기준으로 하고 있어 성폭력 피해의 특성을 인정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18일 5·18 계엄군 등에 의한 성폭력 피해 증언자 모임 ‘열매’에 따르면 2023년 5·18 관련자에 포함돼 광주광역시청에 보상신청을 한 성폭력 피해자 26명 중 대부분은 최근 1차 관문인 관련여부심사분과위원회를 통과해 현재 장해등급판정심사 절차를 앞두고 있다.
현행 5·18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 등에 관한 법률(5·18보상법)은 보상금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을 ‘5·18 관련자 또는 유족’으로 명시하고 있다. 성폭력 피해자들의 경우 2021년 법 개정으로 5·18 관련자에는 포함됐다. 하지만 같은 법 시행령은 보상기준을 ‘신체 장해등급과 노동력 상실률’로만 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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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들은 40년 이상 극심한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겪어왔다. 트라우마로 경제활동이나 결혼생활 등에도 어려움을 겪은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기존 보상등급은 눈에 보이는 피해를 남기지 않은 성폭력 피해의 특성을 반영하고 있지 않다. 이대로 절차가 진행되면 과거 구금·부상·정신장애 등을 사유로 일부 피해를 인정받은 피해자들의 경우 ‘성폭력 피해’에 대한 별도 보상을 받기 어려울 수도 있다.
성폭력 피해자에게도 피해 정도를 고려해 대통령령으로 정한 보상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5·18보상법 개정안이 지난해 11월 발의됐으나 비상계엄 사태 후 아직 소관 상임위인 행정안전위원회에 계류된 채 논의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
피해자 상당수가 60대 후반의 고령이고 암 등으로 투병하고 있는 피해자들도 있어 신속한 명예회복과 보상을 위해서는 관련 법률 개정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6월 활동을 종료한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에서 성폭력 부문 팀장을 맡았던 윤경회 ‘열매’ 간사는 “사건 후 43년 만에 국가폭력 피해자로 인정된 분들이 실질적인 보상을 받기 위해서는 5·18보상법 개정안이 조속히 통과되어야 하고, 조사위 조사 결과를 반영한 성폭력 피해 등급 기준이 시행령으로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5·18 성폭력 피해자와 가족 등 17명은 이와 별도로 지난해 12월 국가를 상대로 위자료를 요구하는 손해배상청구소송도 제기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