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기념식장서 쫓겨난 인권위원장

2025-05-18

국가인권위원회는 2001년 11월 독립 국가기관으로 출범한 이후 한국 사회의 인권 보호와 증진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쳐왔다. 군 인권 보호 강화, 노동 인권 개선, 사회적 약자 인권 증진, 국제 인권 기준 도입 등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 호주제 폐지 의견을 비롯해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개선, 국가보안법 폐기 권고, 사형제 폐지 의견 표명 등 각 분야에서 구체적인 의견과 권고를 냄으로써 인권 향상에 진일보한 결과물을 얻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 인권위가 삐걱거리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9월 안창호 위원장 취임 이후부터다. 안 위원장의 발언과 행보는 인권위의 독립성과 중립성, 인권 보호 역할에 대해 심대한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그는 12·3 불법계엄 땐 침묵하다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이 진행되자 윤 전 대통령의 방어권 보장을 요구하는가 하면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에 서한을 보내 ‘헌재의 탄핵심판 절차가 불공정하다’고 주장했다. 또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와 함께 성소수자 인권 보호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면서 차별금지법이 “공산주의 혁명으로 가는 긴 행진의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극언을 늘어놓았다. 애초부터 ‘자격 미달’이었던 안창호 위원장의 취임 이후 인권위가 파행을 거듭하면서 급기야 세계국가인권기구연합(GANHRI)의 특별심사를 받는 처지에 몰리게 됐다.

안 위원장이 18일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하려다 시민들의 반발로 행사장에 입장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했다. 일부 시민들은 “여기가 어디라고 오느냐”며 안 위원장의 입장을 제지했고, 5·18 유공자들은 이동경로를 막아섰다. 결국 안 위원장은 묘역 입구에 설치된 검색대조차 통과하지 못하고 발길을 돌렸다.

5·18 광주민주항쟁은 국가 권력에 의해 짓밟힌 시민들이 인권과 자유를 되찾기 위해 온몸으로 저항한 민주주의의 이정표다. 민주화의 성지에서 인권위원장이 발길을 돌려야 했던 장면은 시민들이 안 위원장을 얼마나 불신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안 위원장은 자신이 왜 시민들로부터 외면받았는지 돌아보고, 거취를 스스로 결정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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