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에서 주택담보대출 신청 시작과 동시에 고객들이 몰려드는 ‘오픈런’ 현상이 1년 이상 이어지면서 고객 불만이 커지고 있다. 짧게는 접수 시작 1분 안에 마감되는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하자 고객들 사이에서는 과연 대출을 실제로 받는 사람이 있기는 하냐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은행 측은 가계대출의 안정적 관리를 위해 일일 접수량을 제한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금융 서비스의 연속성이 없다는 점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28일 금융계에 따르면 카카오뱅크 애플리케이션에서는 매일 아침마다 주담대 신청을 위한 오픈런이 발생하고 있다. 카카오뱅크의 주담대 신청 시간은 오전 6시부터인데 새벽부터 주담대를 받기 위한 고객들이 몰려들고 있는 것이다.
실제 카카오뱅크 고객인 A 씨는 최근 주담대 신청을 위해 오전 5시 59분부터 앱에 접속해 6시에 맞춰 신청을 시도했으나 돌아오는 반응은 접속이 불가하다는 안내 메시지였다. 일주일 넘도록 대출을 시도한 끝에 접속에 성공해 오전 6시 1분에 서류 제출을 완료했지만 이번에는 일일 접수량이 초과됐다는 메시지를 받아야 했다. 1분 만에 카카오뱅크가 공급하기로 한 대출이 바닥난 것이다. A 씨는 “몇 주째 대출 신청을 시도하다 결국 실패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며 “실제로 대출을 받는 사람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토로했다.
문제는 이 같은 현상이 1년이 넘도록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초에는 금융 당국의 대환대출 플랫폼이 출시되면서 낮은 금리와 간편한 대출 절차를 갖춘 인터넷은행으로 갈아타기 수요가 몰렸다. 2~3분기부터는 부동산 시장이 과열되면서 대출 수요가 크게 늘었다. 이에 카카오뱅크는 가계대출의 안정적 관리를 위해 대출을 걸어 잠그기 시작했다. 실제 지난해 1분기만 해도 카카오뱅크의 직전 분기 대비 주담대 증가 폭은 2조 6450억 원에 달했으나 2분기 6570억 원으로 급감했고 3분기와 4분기는 각각 990억 원, 1140억 원에 그쳤다. 카카오뱅크가 이날 출시했다고 밝힌 주담대 비교하기 서비스도 넘치는 주담대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타 은행으로 대출을 연계해주려는 것 아니냐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다른 인터넷은행인 케이뱅크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케이뱅크의 아파트담보대출은 일반적으로 오전 9시 신청이 시작되는데 이 역시 오픈런이 발생해 짧게는 1분 안에 마감되고 있다.
인터넷은행들은 가계대출의 안정적 관리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금융 당국이 가계부채 관리에 열을 올리고 있는 데다 은행별 공급량도 정해져 있는 만큼 인터넷은행도 공급을 마음대로 늘릴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 서비스를 연속적이고 안정적으로 제공해야 할 은행에서 이 같은 현상이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가계대출의 안정적인 운영 때문이라지만 복권 추첨하듯 대출을 받아야 하는 것은 은행 측의 관리에 문제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