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일해도 퇴직금 130만원?”···퇴직금 사각지대 일용직 건설노동자

2025-11-21

“수십 년을 뼈빠지게 일해도 건설노동자의 퇴직금은 푼돈입니다. 그나마도 공사금액의 문제 때문에 많은 노동자가 제도의 혜택을 보지 못하고 있어요.”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김태선 의원 등이 주최한 ‘건설근로자 퇴직공제제도 사각지대 해소’ 토론회가 열렸다. 참석자들은 일용직 건설노동자들에게 퇴직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 실상을 알렸다. 조흥영 전국플랜트건설노조 울산지부 수석부지부장은 “일부 기업들은 하루 6500원인 퇴직금을 떼먹기 위해 꼼수도 부린다”며 “분리발주 등의 편법을 사용해 퇴직공제금을 납입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건설근로자 퇴직공제제도’는 법정퇴직금을 받기 어려운 일용·임시직 건설노동자를 위해 마련된 제도다. 현장 특성상 건설노동자는 한 사업장에서 1년 이상 계속 일하기 어렵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상 퇴직금 요건을 충족하기 힘들다는 점을 보완한 것이다. 건설노동자가 일한 일수만큼 사업주가 1일 6200원의 공제부금을 납부하면, 공제회가 이 금액과 이자를 적립해 두었다가 퇴직 시 ‘퇴직공제금’으로 지급한다.

그러나 이 제도의 혜택을 모든 건설노동자가 누리는 것은 아니다. 공공 공사는 계약금액 1억원 이상, 민간 공사는 50억원 이상일 때만 사업주가 의무가입 대상이 된다. 이 기준에 미달하는 소규모 민간공사, 하도급 공사, 전기·통신·설비 등 분리 발주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제도 밖에 놓여 있다.

일부 사업주는 공제부금 부담을 피하기 위해 공사를 의도적으로 쪼개 발주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전체 100억원 규모 공사를 공정별로 10억·20억원 등으로 나누면, 실제로는 100억이 넘는 대형 공사라 해도 그 현장에서 일한 노동자들은 퇴직공제금 적용을 받지 못한다.

조 수석부지부장은 “고려아연은 최근 3번의 신설 공사에서 분리 발주와 공사금액 낮추기 계약 등을 통해 퇴직공제금을 한 번도 납부하지 않았다”며 “발주처 책임을 자회사에 떠넘기고 분리발주 등의 편법을 사용했다”고 말했다. 고려아연에서 10년간 일한 건설노동자 A씨는 최근 신설공사에 모두 참여했음에도 퇴직공제금 적립분이 130여만원에 그쳤다. 7년간 근무한 B씨 역시 200여만원의 퇴직공제금만 적립됐다.

유급휴일이 근로일수에 포함되지 않아 퇴직공제 적립에서 빠지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고용노동부는 건설노동자가 실제 출근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공휴일에는 퇴직공제금을 적립하지 않아도 된다는 유권해석을 내린 바 있다. 이에 대해 김승곤 플랜트노조 경인지부 수석부지부장은 “이는 주휴일과 공휴일을 정상근무로 간주해 유급휴일을 부여함으로써 장시간 노동을 근절하고, 노동자의 기본적 생활을 보장하도록 한 근로기준법의 취지를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현행 퇴직공제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현행 제도로는 30년간 꾸준히 적립해도 퇴직금이 6000만원이 되지 않는다”며 “퇴직공제부금을 1만원으로 인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퇴직공제 적용 공사범위의 단계적 확대와 유급휴일을 근로일수로 인정하도록 법제화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권두섭 민주노총 법률원 변호사는 “총공사금액은 발주자가 하나의 건설공사를 완성하기 위해 발주한 공사금액의 합계로 규정하도록 건설산업기본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퇴직공제제도의 취지와 일반 근로자와의 차별 해소를 고려할 때 근로기준법 제55조의 휴일, 제60조의 연차휴가, 약정휴일은 근로일수에 포함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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