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전국의 자연생태계에서 발견된 유전자변형생물체(LMO) 작물수가 193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이 한국의 LMO 관련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가운데 국내 유통·관리 체계에 구멍이 있는 것으로 드러나 농업계 우려가 커진다.
국립생태원은 최근 이같은 내용이 담긴 ‘2024년 LMO 자연환경 모니터링 및 사후관리 연구’ 보고서를 발표했다. 국립생태원은 2014년부터 전국 6개 권역에 대한 LMO 모니터링 조사와 사후·안전 관리 정책을 수행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립생태원은 지난해 전국 1100개 지역에 대한 LMO 모니터링을 진행했다. 그 결과 의심시료 1927개를 채집했고, 그중 193개가 LMO 작물인 것으로 최종 판별됐다. 이는 2023년(123개)보다 56.9% 늘어난 수치다.
지난해 자연생태계에서 발견된 LMO 작물의 81.3%(157개)는 카놀라(유채)가 차지했다. 나머지는 모두 면화(36개)였다. 발견된 지역을 보면 카놀라는 157개 모두 전라권에서 검출됐다. 면화는 경기·수도권(28개), 충청권(3개), 경상권(3개), 강원권(2개) 등 4개 권역에서 발견됐다.
자연생태계에서 발견된 LMO 개체수는 최근 3년 새 증감을 반복했다. 2021년 조사에선 101개의 LMO가 확인됐고, 2022년 198개, 2023년 123개, 2024년 193개가 발견됐다. 모니터링지역과 시료 확대 등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2009∼2024년 자연생태계에서 발견된 LMO 개체 누적 건수는 1276개로 카놀라 598개, 면화 550개 순이었다. 이 중 카놀라는 2017년 미승인 개체의 비의도적 유출 이후 발견 개체수가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LMO 작물의 자연생태계 발견 원인은 대부분 운송 과정에서의 비의도적 유출로 추정된다. 실제 15년간 누적 LMO 발견 개체수 중 775개가 운송로 주변에서 발견됐고, 이어 축산농가 주변(229개), 가공공장(119개), 기타 지역(119개), 항만 주변(34개) 순이었다.
국립생태원 관계자는 “수입이 승인된 LMO 작물의 유통·이용 과정에서 비의도적으로 유출돼 자생하는 사례가 관찰됐다”며 “항만에서 최종 소비지로 이동하는 과정 중 유입이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바이오안전성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LMO 작물 수입량은 1092만2000t으로 2023년보다 6.2% 증가했다.
번식 능력이 있는 LMO가 종자로 쓰일 경우 국내 생태와 소비자 식탁에 혼란을 일으킬 수 있어 정부는 이를 사료·가공식품 원료로 엄격히 관리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10여년간 LMO 작물 유통 과정에서 유출 사고가 적지 않게 벌어진 것으로 나타나면서 시민단체 등은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특히 최근 미국이 ‘국별 무역장벽 보고서(NTE)’에서 한국의 LMO 승인 규제 등을 비관세장벽으로 지목하며 개선을 촉구한 데 이어 농촌진흥청이 미국 ‘심플로트’가 개발한 LMO 감자에 대한 환경 위해성 평가에서 적합 판정을 내리는 등 LMO 작물의 추가 수입 가능성이 대두된 만큼 국내 유통·관리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문재형 GMO반대전국행동 집행위원장은 “정부는 (미국산) LMO 감자가 수입 되더라도 발아억제 처리가 돼 자생 가능성이 낮다고 주장하지만 기존 작물들을 보면 100% 안심할 수 없다”며 “수입 허용 작물이 늘면 결국 생태계 오염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고, 그 피해는 농가와 소비자들이 보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생명공학 업계에선 LMO 작물 유출에 따른 환경·인체 유해성은 크지 않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김원희 바이오안전성정보센터 바이오안전실장은 “일반적으로 LMO 작물이 유출되더라도 군락을 이루지 못하고 1∼2년간 자생하다 죽기 때문에 환경에 끼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위해성 심사를 거치기 때문에 인체에 유해한 작물은 수입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민우 기자 minwoo@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