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적대 정치 앤솔러지
송호근 지음
나남출판
저자에 따르면 신문 칼럼은 잡문(雜文)이 아니다. 대중심리와 현실정세를 제대로 파악해야 쓸 수 있다. 학문적 자존심을 걸게 되고, 수십만 독자에게 전달돼 공론의 소재가 되니 영향력이 크다.
그런 칼럼들이 바탕이 됐으니 책은 말 그대로 앤솔러지, 선집(選集)이다. 단속적이라는 느낌을 주지 않는 것은 책을 관통하는 '적대 정치'라는 키워드 때문이다. 사회학적 상상력에 갇히지 않는(저자는 대표적인 사회학자다) 실시간 현실 발언이다 보니 책이 다루는 최근 20년간 한국 정치사 고증이 촘촘하다.
적대 정치는 이념에 따른 분절선이 완강한 정치 양극화의 산물일 것이다. 민주주의의 파산은 세계적인 현상이지만 한국은 이 추세에서도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극단적 선택에서 발원한 증오와 원한의 정치가 이명박·박근혜 정권을 거치며 어떻게 증폭돼 문재인 정권에 이르러 어떻게 폭력적 실체를 드러내게 됐는지를 책은 실감 나게 전한다. 민주주의 사망 선고가 과하다고 느껴지지 않는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이 어떻게 가능했는지를 돌아보자는 취지다.
정치 양극화 해소 방안도 제안했다. 어떤 정권에서든 성장과 분배 실적은 대개 비슷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싸우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