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환율에…금융지주 자본 건전성 비상

2025-11-23

원·달러 환율이 고공 행진을 벌이면서 국내 주요 금융그룹의 자본 건전성에 비상이 걸렸다. 정부가 생산적 금융 확대를 요구하는 가운데 환율 상승에 위험가중자산(RWA)이 늘고 있어 금융사들의 자본 비율 관리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23일 금융계에 따르면 신한금융그룹의 올 9월 말 현재 RWA는 348조 원으로 3개월 전보다 8조 원 증가했다. 이 중 1조 5000억 원이 환율 상승에 따른 것이다. 이를 고려하면 신한금융의 보통주자본(CET1) 비율은 0.06%포인트가량 떨어진 것으로 추산된다.

신한금융그룹의 CET1 비율은 6월 말 기준 13.62%에서 9월 말에는 13.56%로 0.06%포인트 하락했다. 환율 영향이 아니었다면 2분기 말 수준의 CET1 비율을 유지할 수 있었던 셈이다.

우리금융그룹도 환율의 영향을 받았다. 우리금융의 경우 고환율에 따른 CET1 비율 하락 효과가 0.07%포인트에 달했다. 하나금융그룹은 환율 상승과 대출 증가에 CET1이 0.37%포인트 하락했다. 하나금융그룹은 다른 주요 금융사에 비해 외화를 많이 취급해 환율이 RWA 산출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준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올 3분기 들어 원·달러 환율이 급등한 탓이다. 올 6월 말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당 1350원에 거래를 마친 원·달러 환율은 9월 말 기준 1402.9원까지 치솟았다. 보통 금융권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0원 오르면 은행의 CET1 비율이 0.01~0.03%포인트가량 하락한다고 추산한다.

문제는 4분기 들어 환율이 더 상승했다는 점이다. 21일 기준 원·달러 환율은 1475.6원으로 3분기 말과 비교해 70원 이상 올랐다. 한국은행과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지난달 말 현재 한국의 실질실효환율 지수는 89.09로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인 2009년 8월 말(88.88) 이후 16년 2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NH선물은 내년도 환율 전망치를 달러당 1410~1540원으로 제시했다. 이를 고려하면 연말 주요 금융그룹의 자본 관리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생산적 금융 확대 기조로 중소기업 대출을 필두로 위험 가중 자산이 늘어날 공산이 크다”며 “여기에 환 리스크까지 겹치면서 건전성 관리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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