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 인간 촉각 수준에 근접한 압력 센서 개발... 외부 제약 간섭 탈피

2025-03-10

간섭에 취약한 '프린지 필드' 억제 위해 나노 갭 압력센서 개발

무선으로 정밀 입력 가능한 인공 촉각 시스템 구현 성공

[녹색경제신문 = 이지웅 기자] 윤준보 카이스트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 연구팀이 비가 오거나 샤워 후 스마트폰 화면에 물이 묻으면, 터치가 엉뚱하게 인식되는 '고스트 터치'와 같은 외부 간섭의 영향을 받지 않으면서도 높은 해상도로 압력을 감지할 수 있는 압력 센서를 개발했다.

터치 시스템으로 사용되고 있는 정전용량 방식 압력 센서는 구조가 간단하고 내구성이 뛰어나 스마트폰, 웨어러블 기기, 로봇 등의 휴먼-머신 인터페이스(Human-Machine Interface) 기술에 널리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물방울이나 전자기 간섭, 굴곡으로 인한 굽힘 등 외부 간섭 요소에 의해 오작동이 발생하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전용량 방식 압력 센서에서 발생하는 간섭의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고자 했다. 그 결과, 센서 가장자리에서 발생하는 ‘프린지 필드(Fringe Field)'가 외부 간섭에 극도로 취약한 것을 확인했다.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문제의 원인인 프린지 필드를 억제해야 한다는 결론을 냈다.

이에 연구팀은 이론적 접근을 통해 프린지 필드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적 변수들에 대해 집중적으로 탐구했다. 이후 전극 간격을 수백 나노미터(nm) 수준으로 좁힐 경우 센서에서 발생하는 프린지 필드를 수 퍼센트 이하로 억제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독자적인 마이크로/나노 구조 공정 기술을 활용해 앞서 설계한 900나노미터(nm) 수준의 전극 간격을 갖는 나노 갭 압력 센서를 개발했다. 개발된 센서는 압력을 가하는 물질에 관계없이 압력만을 신뢰적으로 감지했다. 굽힘이나 전자기 간섭에도 감지 성능에 영향이 없었다.

연구팀은 개발한 센서의 특성을 활용해 인공 촉각 시스템을 구현했다.

인간의 피부에는 메르켈 원반(Merkel's disc)라는 압력 수용기가 있어 압력을 감지한다. 이를 모사하기 위해서는 외부 간섭에는 반응하지 않고 오직 압력에만 반응하는 압력 센서 기술이 필요했다. 다만 기존 기술들로는 이러한 조건을 만족시키기가 어려웠다.

연구팀이 개발한 센서는 이러한 제약을 모두 극복했다. 밀도 또한 메르켈 원반 수준에 도달해 무선으로 정밀한 압력 감지가 가능한 인공 촉각 시스템을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더 나아가, 다양한 전자기기로의 응용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포스 터치 패드 시스템 역시 개발해 압력의 크기와 분포를 간섭 없이 높은 해상도로 얻을 수 있음을 검증했다.

윤 교수는 “이번 나노 갭 압력 센서는 비 오는 날이나 땀이 나는 상황에서도 기존 압력 센서처럼 오작동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동작한다”며 “많은 사람들이 일상에서 겪어온 불편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또한 “앞으로 로봇의 정밀한 촉각 센서, 의료용 웨어러블 기기, 증강현실(AR) 및 가상현실(VR) 인터페이스 등 다양한 응용 분야에서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 덧붙였다.

이지웅 기자 game@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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