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P 집착’의 한계…“세계 GDP 2배 늘었지만 30억명이 최소한의 삶 못 누려”

2025-10-21

최근 20여년간 세계 경제는 두 배 이상 빠르게 성장했지만 전 세계 수십억명은 여전히 삶의 필수요소를 누리지 못하고 있으며 지구의 생태적 위기가 가속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세계 인구 중 30억명가량은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기 힘든 사회적 결핍 상태를 겪는 것으로 분석됐다. 국내총생산(GDP) 숫자를 향한 집착을 버리고 ‘복지’와 ‘지구 건강’을 함께 고려하는 방향으로 경제정책을 재설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케이트 레이워스 영국 옥스포드대 환경변화연구소 선임연구원·앤드루 패닝 리즈대 지속가능성연구소 객원연구원은 지난 1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게재한 논문에서 GDP를 ‘성공의 척도’로 삼는 기존 접근법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도넛 경제 모델’에 기반해 2000년부터 2022년까지 국가별 데이터를 분석했다. 레이워스 선임연구원이 2017년 저서 <도넛경제학>에서 제시해 주목을 받은 도넛 경제 모델은 인류가 지구 생태계가 감당할 수 있는 한계 내에서 모든 사람의 사회적 필요를 충족시키고 있는지 분석하기 위한 틀이다.

도넛 경제 모델은 두 개의 동심원으로 구성된다. 내부 고리는 물·식량·주거·일자리·소득 등 인간 존엄성을 지켜주는 사회적 기초, 외부 고리는 기후변화·담수고갈·대기오염 등 치명적 환경위기를 막는 생태적 한계를 의미한다. 연구진은 두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것을 각각 사회적 결핍, 생태적 한계 초과로 정의했다.

두 고리 사이의 공간(도넛)은 생태적으로 안전하면서도 사회적으로 정의로운 공간이다. 2017년 당시 사회적 기초는 12개 지표, 생태적 한계는 9개 지표로 구성됐으며 이번엔 이를 각각 21개, 14개로 확장했다.

분석 결과, 전 세계 GDP는 2000~2022년 두 배 이상 증가했지만 사회적 기초를 보장받지 못해 결핍에 노출된 이들이 줄어드는 속도는 미미했다. 2022년 기준 세계 인구의 약 35%(30억명)가 결핍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진은 결핍 문제를 해결하는 속도가 지금보다 5배 빨라져야 2030년까지 유엔 지속가능발전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짚었다.

국가 간 불평등도 심각한 수준으로 조사됐다. 가장 부유한 20%의 국가(세계 인구 15%)가 생태적 한계 초과의 40% 이상을 유발하며 가장 가난한 40%의 국가(세계 인구 42%)는 전 세계 사회적 결핍의 60% 이상을 겪는 것으로 추정됐다.

생태적 위기 가속화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용 가능한 시계열 데이터가 있는 10개 지표 중 9개에서 지구 생태계가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는 정도가 매우 악화되는 추세였다. 연구진은 생태적 손상을 되돌리려면 현재보다 두 배가량 빠른 속도로 전환이 이뤄져야 2050년까지 안정적인 지구를 보존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레이워스 선임연구원은 “끝없는 GDP 성장을 추구하는 집착은 인류를 번영의 미래로 이끄는 것이 아니라 되레 멀어지게 하고 있다”며 “이제는 경제를 재생적이고 분배적으로 설계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21세기형 진보의 표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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