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 백만장자 60만명…401k '복리의 마법'

2025-11-17

미국 현지 기업을 대상으로 퇴직연금 컨설팅을 해온 한 글로벌 운용사 임원은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뉴욕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한국은 저축을 하지만 미국은 투자를 한다”며 똑같은 시간, 같은 돈을 들여도 퇴직연금 수익률이 크게 차이 날 수밖에 없는 투자 문화에 대해 지적했다.

실제 미국 뱅가드와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미국 401(k)의 연평균 수익률은 8.07%인 데 반해 한국 확정기여형(DC)은 2.52%에 그쳤다. 2015년 두 나라 근로자가 각각 1억 원을 투자했다고 가정하면 10년 뒤 미국 근로자는 2억 1724만 원, 한국 근로자는 1억 2822만 원을 받는 것이다. 같은 돈과 시간에도 미국은 원금의 두 배 이상을 벌었지만 한국은 30%의 수익도 내지 못했다.

그 결과 올해 상반기 기준 미국에서는 퇴직연금 자산이 100만 달러(약 15억 원)를 넘는 ‘연금 백만장자’가 60만 명에 육박했다. 자동가입·자동적립률 상향 등 행동재무학 기반 제도 덕분에 근로자들은 별도 선택 없이도 장기 투자 구조에 들어가며 복리 효과를 자연스럽게 누렸다. 특히 미국 근로자들의 주식 비중은 20·30대가 90% 수준, 은퇴를 앞둔 60대도 절반 이상을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몇 년간의 미국 증시 고공 행진 수혜를 그대로 입은 셈이다.

반면 한국의 퇴직연금 자산 중 약 90%는 여전히 예·적금 등 원리금 보장 상품에 묶여 있다. 투자 경험 부족과 위험 회피 성향이 겹치며 퇴직연금이 사실상 ‘저축 통장’처럼 운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제도적으로 투자 유인을 제공하지 못하고 가입자 스스로 위험자산 비중을 높이기 어려운 구조도 한계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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