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구영신(送舊迎新)의 시간

2024-12-19

해마다 하는 말인 듯싶은 ‘다사다난’했다는 말이 올해 더 절실하게 느껴지는 것은 나만의 생각이 아닐 것이다. 지겨우리만큼 무더운 여름이 있었고 북한에서의 미사일 발사와 오물 풍선 소식은 일상이 되었다. 그런 가운데에서도 인류의 스포츠 제전 제33회 파리 올림픽은 우리에게 즐거움과 희망을 안겨주기도 하였고 지난 10월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소식이 우리를 들뜨게도 하였으며 미 대선의 결과로 트럼프의 복귀가 예정되어 있다. 전국의 대학교수들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로 제멋대로 권력 부리며 날뛴다는 뜻의 도량발호(跳梁跋扈)가 이 시대를 잘 표현했다는 공감의 시간이 가시기도 전에 그야말로 갑자기 발표된 비상계엄의 후폭풍은 국회에서 탄핵 가결까지 이르렀다. 다시는 되풀이 되어서는 안 될 일. 조속한 민주주의의 복원과 경제 피해 최소화 방안을 추진하여 이 나라가 다시 희망을 노래할 수 있기를 소원해 본다.

한 해의 끝자락에서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올해의 시작은 전북 특별 자치도의 출발에서부터이다. 힘차게 출발한 만큼 앞으로 김관영 지사가 강조한 농생명부터 문화관광, 고령 친화, 미래 첨단, 민생특화 산업까지 전북이 잘하는 걸 더 잘하고, 새로운 것은 빠르게 받아들여 전북의 새로운 100년, 함께 도전해 나가길 바란다.

또 하나, ‘제22차 세계 한인 비즈니스대회’의 성공적 마무리이다. 지난 10월 전북대학교 일원에서의 대회는 환상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재외동포와 함께, 글로벌 비즈니스의 중심으로’란 슬로건으로 동포 기업인 등 3천 500여 명이 참석하고 기업전시 등에 1만 4천 명이 몰렸으며 총 6억 3천만 달러 규모의 수출 상담과 계약이 이루어지는 등 역대 최대 성과를 거두었으며 우리 전북특별자치도민의 위상과 긍지를 북돋아 준 대회라는 생각이다. 대회를 준비에서부터 마무리까지 수고한 모든 분에게 박수를 보낸다.

하나 더, OECD에서는 귀화자나 이민자 2세, 외국인 등 이주 배경을 가진 인구가 총인구의 5%를 넘으면 다문화 다인종 국가로 분류되는데 우리나라가 지난해 말 4.89% 250만 7,584명을 기록하여 다문화 국가로 진입하는 단계이다. 이민자의 수는 지난해 8만 7천여 명으로 전년 대비 50% 이상 증가하여 증가율 2위를 기록하고 있는데 코리안 드림을 품고 한국에 오는 외국인의 눈에 비친 한국은 어떨까? 스위스 출신의 건축가 팜 위드메르는 무엇보다 사람들이 안전한 나라에서 살고 싶어 하는데 한국은 거리에서 싸움이 일어나지도 않고, 강도도 없는 안전한 나라로 말하고 있다. 그는 최근 빚어진 비상계엄 사태에 대하여 한국이 안전한 것은 물론 민주주의가 강한 나라이며 인류의 가장 큰 적은 전쟁과 부패인데, 한국에서 부패 문제는 점점 개선되고 있다고 본다고 답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치안과 민주주의를 높게 평가했다는 생각이다.

탈무드에 배려라는 제목의 글이 있는데, 어떤 마을에 한 집은 염소를 키우고 있었고 한 집은 사냥꾼으로 살면서 사나운 개를 키우고 있었다. 그런데 사냥개가 종종 옆집의 염소를 공격하여 몇 마리를 죽이고 만 것이다. 염소주인은 마을의 치안 판사에게 달려가 하소연하자 판사는 사냥꾼을 처벌할 수도 있고 개를 가두라고 할 수도 있지만 그러면 친구를 잃고 적을 한 명 얻게 될 것이라며 한 가지를 제안하기에 이른다. 염소주인은 돌아와 새끼 염소 세 마리를 이웃의 아이에게 선물하였다. 사냥꾼의 세 아들은 염소들과 놀며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보고 사냥꾼은 사냥개를 우리에 가두게 되었고 그제야 염소주인도 안심하는 모습. 사냥꾼은 염소주인의 친절에 보답하려고 사냥한 것을 나누기 시작하였고 염소주인은 사냥꾼에게 우유와 치즈로 보답하였고 둘은 가장 좋은 이웃이자 친구로 지냈다고 한다. 내가 먼저 손 내미는 아름다운 모습, 먼저 마음을 여는 사람이 복을 받는다는 말로 마무리되고 있다.

그야말로 다사다난했던 2024년 끝자락, 이제는 송구영신의 시간이다. 지난 시간 모두 수고 많았다며 어깨를 토닥여 주며 웃으면서 마무리하였으면 좋겠다. 그리고 새해에는 우리 모두 대결과 반목보다는 화해와 협력의 모습으로 서로 도와주며 밀어주고 당겨주면 얼마나 좋을까? 각자의 위치에서 이웃을 배려하며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면 되는 거 아닐까?

고재찬<성원기술개발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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