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선트 재무장관, 공식 석상서 환율 논의 자제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관세 정책의 핵심은 사실 환율 전쟁이라는 시장의 우려와 달리 달러 약세는 관세 논의에 포함되지 않고 있다는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의 주장이 나왔다.
1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사안에 정통한 한 관계자를 인용, 트럼프 행정부가 전 세계와의 무역 협상에서 통화 정책 관련 내용을 협정에 포함시키려 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그간 시장에서는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 스티븐 미란이 작성한 '미란 리포트'에 담긴 트럼프 정책 청사진을 근거로, 강(强)달러 해소가 결국 트럼프 관세정책의 핵심이라는 주장에 힘을 실어 왔다.
하지만 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가 교역국들이 자국 통화를 부당하게 절하하는 것을 자제하기를 원하긴 하나, 트럼프 초기 관세를 완화할 수 있는 향후 협정에 이러한 정책을 포함할 계획은 없다고 설명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이 트럼프 행정부 경제팀에서 이 문제를 담당하는 유일한 인물이며, 그는 다른 관리들에게 무역 파트너와의 통화 정책 논의 권한을 위임하지 않고 있다. 또 환율 문제는 베선트 장관이 참석한 자리에서만 협상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베선트 장관은 미국이 약(弱)달러를 적극 추구하고 있다는 국제적 불안을 해소하려 노력해왔다. 지난 2월 이후 그는 강한 달러 정책이 "유지되고 있다"고 반복해서 밝혔으며, 4월 2일 트럼프의 상호관세 발표 이후 미국 자산 전반이 대규모 투매에 휩싸였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주말 중국과의 무역 협상에 참여한 후에도 베선트 장관은 베이징 대표단과 "통화(환율)에 관한 논의는 없었다"고 말했다.
◆ 시장은 "약달러 기정사실" 분위기
다만 외환시장에서 펼쳐지는 불안정한 상황들은 환율이 공식 논의 대상은 아닐지라도 약달러 장기화는 기정사실이라는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전날 한국 원화는 달러 대비 거의 2% 상승했고, 일본 엔화 가치도 덩달아 솟구쳤다.
지난 5일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자리에서 최지영 기획재정부 국제경제관리관(차관보)이 로버트 캐프로스 미 재무부 국제차관보를 만나 1시간가량 환율 관련 실무 협상을 진행했다는 외신 보도에 따른 것이다.
단스케은행의 분석가인 모하마드 알사라프는 "미국과 한국의 회담 소식은 트럼프 행정부가 달러 약세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시장의 우려를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달 초에는 대만 달러가 1988년 이후 최대 폭으로 급등하며 혼란을 초래한 바 있는데, 참여자들은 이 역시 대만 당국이 미국과의 무역 협상을 돕기 위해 자국 통화의 절상을 허용할 것이라는 추측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카로바 캐피탈 최고투자책임자 하리스 쿠르시드는 "통화 조정 논의는 시기상조일 수 있지만, 외환 거래자들은 분명히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 "미국이 공식적으로 무역 협상에 통화를 포함하든 아니든, 시장은 이미 약한 달러를 예상하는 듯 거래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메리벳 증권의 미국 금리 트레이딩 및 전략 책임자 그레고리 파라넬로는 "시장이 불안한 것은 분명하다"면서 "극심한 환율 변동은 현재 무역 불확실성의 결과"라고 지적했다.
이번 블룸버그통신 보도와 관련해 미국 재무부 대변인은 논평을 거부했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