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항암 프로젝트]〈2〉RACE, 면역항암제도 못 잡는 콜드 튜머…AI·오가노이드로 뚫는다

2025-09-18

암 환자 치료에 혁신을 가져온 면역항암제도 듣지 않는 암이 있다. 바로 '콜드 튜머(Cold Tumor)'다. 암세포가 몸속 면역 반응을 회피하거나 무력화시켜, 최신 항암제도 효과를 내지 못한다.

한국인 암 사망률 상위 9개 암종이 모두 고형암(폐암·간암·위암·대장암·췌장암 등)이다. 고형암은 전체 암의 93.3%를 차지하고, 그중 80% 이상이 콜드 튜머에 속한다. 고형암의 5년 상대 생존율은 68%로, 전체 암 평균(72.1%)보다 낮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K-헬스미래추진단의 'RACE(Rapid Advancement in Cold tumor Elimination) 프로젝트'는 이런 난제를 겨냥했다. 신규 표적을 찾아 신약 후보를 만들고, 개발 기간을 30% 이상 줄이는 것이 목표다.

RACE는 기존 항암제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두 가지 차세대 방식에 주력한다. 우선 표적 단백질 분해 기술(TPD)이다. 기존 약물이 결합할 수 없어 '공략 불가능(undruggable)'으로 여겨지던 단백질까지 제거해 암세포의 핵심 기능을 무너뜨린다.

두번째는 방사성 리간드 치료제(RLT)다. RLT는 방사성 물질을 암세포에만 정확히 전달해 정상 조직 손상은 최소화하면서 암세포만 정밀하게 공격한다. 두 기술은 신규 모달리티로서 국내외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추진단은 이를 국내 신약개발에 적극 접목할 계획이다.

RACE는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하고 검증하는 속도를 높이기 위해 첨단 기술인 인공지능(AI)·오가노이드·컴퓨터 시뮬레이션(in silico)을 결합한다.

과제는 총 2개로 구성됐다. △생성형 AI 기반 초고속 약물 발굴 및 신속 검증을 통한 난치성 삼중음성유방암, 췌장암 대상 RLT 개발(서울대학교병원) △공간전사체 기반 타깃 발굴과 in silico 및 오가노이드 활용 타깃 검증을 통한 난치성 고형암 MLT 신규 치료제 신속 개발(서울대학교 산학협력단) 등이다.

서울대병원은 생성형 AI를 활용해 난치성 암세포의 새로운 약물 표적을 빠르게 찾아내고 검증한다. 치료제가 마땅치 않은 삼중음성유방암과 췌장암이 대상이다. 후보 타깃이 확보되면 방사성 동위원소를 암세포에 선택적으로 전달하는 RLT를 개발한다. 연구진은 이 방식으로 환자 맞춤형 신약을 조기에 임상 단계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서울대 산학협력단은 최신 분석기술인 공간전사체를 이용해 암 조직 내에서 어떤 세포가 어디에 위치하고 어떤 유전자가 켜져 있는지 지도처럼 분석한다. 기존 약물이 접근하기 어려웠던 '언드러거블' 표적까지 발굴할 수 있다. 확보된 표적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약효를 예측하고, 환자 암세포로 만든 오가노이드에서 효능과 독성을 검증한다. 이후 선도물질 최적화와 약물전달시스템(DDS) 개발을 거쳐 전임상 단계까지 빠르게 진입한다. 연구진은 이 과정을 통해 기존 면역항암제에 듣지 않는 난치성 고형암에 적용할 새로운 모달리티(MLT) 치료제를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김윤빈 K-헬스미래추진단 PM은 “TPD와 RLT는 기존 항암제의 한계를 넘어서는 신규 타깃 발굴 범위 확대 및 치료 가능성 확장을 의미하며, 동시에 국내 제약산업의 신성장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면서 “RACE 프로젝트는 이런 차세대 모달리티를 활용해 신약개발 기간을 단축하고, 상용화 가능성이 높은 파이프라인을 국내 연구진·기업과 함께 구축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송혜영 기자 hybrid@etnews.com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