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주주가 집단행동을 하는 것은 회사의 경영방침에 불만이 있어서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요즘에는 주로 액트, 헤이홀더 등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집단행동에 나선다. 그런데 최근 많은 주주들이 오프라인에서 직접 만나 주주연대를 결성하는 곳이 있어 눈길을 끈다.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기업인 네이처셀 주주들인데, 직접 만나 그 배경과 향후 계획을 들었다.

네이처셀 소액주주는 오는 29일 주주연대를 공식 출범할 예정이다. 전국 각지에서 100~150여 명이 모일 것으로 예상된다. 주주들은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퇴행성 관절염 줄기세포치료제 ‘조인트스템’의 국내 품목허가를 부당하게 반려한 게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회사가 허가권을 가진 규제당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판단 아래 식약처의 신약 심사 행위에서 불공정하거나 미흡하다고 본 부분을 알리는 것을 1차 목표로 정했다. 조인트스템은 네이처셀의 관계사 알바이오가 국내 품목허가 신청 및 개발 권한을, 네이처셀이 국내 판권을 각각 보유하고 있다.
조인트스템의 국내 허가 획득 실패는 벌써 세 번째다. 2018년 국내와 미국에서 진행한 임상 2상 시험 결과로 식약처에 신청한 조건부 품목허가 반려에 이어, 국내 임상 3상 시험을 마친 뒤 도전한 품목허가 신청도 2023년 4월 반려됐다. 자료 보완 후 세 번째 신청한 품목허가 도전도 지난 8월 고배를 마셨다. 네이처셀 주가는 조인트스템 허가 기대감이 높았던 2018년 3월 16일 6만 2200원까지 치솟았지만 품목허가 획득이 잇따라 좌절되면서 지난 27일 2만 1300원까지 주저앉았다.
조인트스템은 국내 임상 3상 시험에서 통계적 유의성은 인정됐지만 임상적 유의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식약처로부터 허가 반려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네이처셀 주주들은 식약처가 조인트스템 임상 3상 시험계획에서 주평가지표 WOMAC(관절기능 개선)와 VAS(통증개선)의 통계적 유의성을 만족하면 된다고 승인한 뒤 허가 심사단계에서 이 정도 효과만으로는 임상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고 지적한 점에 문제를 제기한다.
주주들은 식약처가 임상적 유의성 기준을 적용하고서 이를 신청사(알바이오)가 자체 설정한 기준이라고 설명하는 것은 반려처분이라는 결과를 정해놓고 불합리한 기준을 끼워맞춘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청사는 허가 심사과정에서 임상적 유의성을 기준으로 삼지 않았다고 소명한 바 있다.
이는 FDA에서 11년간 임상약리 심사관·팀장을 역임한 이장익 서울대학교 약학대학 교수도 지적한 부분이다. 이 교수는 “식약처가 조인트스템 국내 임상 3상 시험계획을 승인했을 때는 임상적 유의성을 판단기준으로 삼지 않았다가, 허가 심사단계에서 갑자기 임상적 유의성이 튀어나왔다”면서 “축구로 비유하자면 경기 시작하고 심판이 임의로 오프사이드 규정을 적용하지 않고 골로 인정했다가 나중에 갑자기 오프사이드 규정을 들이미는 것과 뭐가 다르냐”고 짚었다.
이 밖에 신약 허가를 위해 중앙약사심의위원회에 자문을 구하는 식약처가 위원들에게 반려를 유도한 정황도 보인다는 게 주주들의 주장이다. 지난 6월 조인트스템 허가를 결정하기 위해 열린 중앙약사심의원회 심사에서 일부 위원들은 효과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식약처 관계자는 2023년 심사에서 임상적 유의성이 부족해 반려처분을 받았으니 효과성을 판단하지 말고 임상적 유의성 부족에 대한 보완자료의 타당성을 논의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이후 논의에서 위원 10명 중 9명이 허가 불가 결정을 내렸다. 이에 네이처셀은 지난 9월 식약처를 상대로 조인트스템 허가 반려 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소액주주들은 단기적으로는 식약처에 대응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네이처셀의 투명한 경영에도 목소리를 낼 계획이다. 라정찬 회장은 바이오스타 줄기세포기술연구원 지분 79.66%를 보유, 줄기세포연구원을 통해 알바이오와 상장사인 네이처셀을 지배하고 있다. 네이처셀의 주요주주는 바이오스타 줄기세포기술연구원(9.24%)과 알바이오(6.68%)이며, 알바이오의 최대주주도 줄기세포기술연구원(12.7%)이다. 라 회장은 알바이오의 2대 주주(6.17%)이기도 하다. 라 회장 1인 지배체제가 공고한 만큼 이사회를 통한 견제기능이 약해 오너 리스크가 크다는 문제점이 제기된다. 지난 24일 한국ESG기준원이 발표한 2025년 국내 상장사 ESG등급 평가에서 네이처셀은 지배구조(G) 부분에서 최하위 등급인 D(매우 취약)를 받았다. 네이처셀은 ESG등급이 공개된 2019년 이후 2020년과 2021년 C(취약) 등급을 받은 것을 제외하면 계속 D 등급을 기록했다. 지배구조 개선이 해결과제로 꼽히는 이유다.
지난 11일 임시 주주총회에 참석한 일부 주주들은 회사 측의 향후 구체적인 계획 공유가 없었다며 아쉬운 목소리를 냈다. 임시 주총이 평일인 화요일 오후 4시에 열렸음에도 200명 넘는 주주가 참석했을 정도로 주주들의 관심이 높았다. 주주 A 씨는 “식약처와 소송 진행 상황을 자세히 듣고 싶었는데 (라 회장이) 미국 출장 중이라는 이유로 불참해, 사내이사 선임 안건(라정찬·정상목)에 투표만 하고 서둘러 나왔다”고 말했다.
소액주주연대 출범을 주도하는 주주 B 씨는 “이번 주주연대가 확보한 지분율은 4%대로 온·오프라인에 산재한 주주들을 한데 모아 10%대까지 확대하는 게 목표”라며 “회사가 비겁한 짓을 하거나 잘못된 길로 간다면 주주들이 견제세력 역할을 할 것이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기준 네이처셀 소액주주는 4만 7374명으로 총 발행주식의 76.11%를 보유하고 있다.
최영찬 기자
chan111@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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