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ETV=신동현 기자] 엔씨소프트와 크래프톤이 AI(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게임 혁신을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두 회사의 전략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자체 개발한 거대언어모델(LLM) '바르코(VARCO)'를 기반으로 AI 솔루션을 게임뿐만 아니라 미디어, 패션, 금융 등 다양한 산업으로의 확장하며 다양한 산업군에서 AI를 활용한 맞춤형 솔루션 제공을 통한 B2B 비즈니스 모델을 강화할 예정이다.
반면 크래프톤은 엔비디아와 오픈AI 등 글로벌 기술 기업과 협력해 AI NPC 및 가상 친구(Virtual Friend) 기술을 발전시키며 게임 내 몰입도를 극대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다만 엔씨소프트의 AI 상품화 전략은 오랜 시간이 필요하며 성공하더라도 게임업계에서는 별도의 AI 모델을 개발하며 따라가기엔 쉽지 않기에 대부분 AI를 게임 개발의 도구로서 활용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12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엔씨소프트는 NC AI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 2025(MWC 2025)’ 행사를 성황리에 마무리했다. MWC 2025에서 NC AI는 LG유플러스와 협력해 AI 아바타 생성, 감정 연기 음성합성(TTS) 등 다양한 기술을 선보였고 행사기간 동안 주요 정계 인사와 IT 기업·금융, 엔터테인먼트 기업 관계자들을 포함한 약 1000명이 방문했다.
엔씨소프트는 2011년 국내 게임사 최초로 AI 연구조직을 설립하고 AI 기술을 게임 내 다양한 요소에 접목하며 연구를 지속해 왔다. 2018년 '블레이드앤소울'의 AI 기반 PvP 대전 시스템 '비무 AI'를 개발했고 AI가 프로게이머와 대결해 승리를 거둘 정도의 수준을 보였다.
같은 해 국내 한 언론사와 협업해 머신러닝 기반 뉴스 자동 생성 시스템을 도입하고 프로야구 데이터 분석 AI '페이지(PAIGE)'를 개발하는 등 게임 외 분야에도 적극적으로 적용했다. 2023년 자체 LLM인 '바르코(VARCO) LLM 1.0'을 개발한 데 이어 2024년에는 성능을 개선한 '바르코 LLM 2.0'을 선보였다. 현재 바르코 LLM은 한국어, 영어뿐만 아니라 중국어, 일본어까지 지원하며 AI 챗봇, 번역, 콘텐츠 생성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한다.
엔씨소프트는 올해 2월 AI 연구조직을 별도 자회사 'NC AI'로 분리하며 AI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장했다. 박병무 공동대표는 2월 12일 열린 컨퍼런스콜에서 “AI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엔씨소프트는 7~8년 전부터 AI 연구를 지속해왔으며 앞으로는 AI 서비스(SLLM) 제공 등 특화된 AI 전략을 통해 다양한 산업으로 확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크래프톤도 AI 연구에 공을 들였다. 2021년부터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가 진두지휘했고 2022년 AI 연구팀을 '딥러닝 본부'로 개편하며 AI 기반 기술 개발을 본격화했다. 자연어 처리(NLP), 음성 합성, 이미지 생성, 강화 학습 등 다양한 AI 기술을 연구하며 게임 내 AI 활용 최적화를 목표로 삼고 있다.
CES 2025에서 공개된 'Co-Playable Character(CPC)' 기술은 AI NPC가 단순한 사전 정의된 대사를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플레이어와 실시간으로 소통하고 전략을 조정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 기술은 엔비디아의 'ACE' 기술을 기반으로 개발되었으며 PUBG 프랜차이즈와 생활 시뮬레이션 게임 'inZOI'에 적용될 예정이다.
크래프톤은 '가상 친구(Virtual Friend)'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며 AI 캐릭터가 사용자의 게임 플레이 스타일을 분석하고 감정을 표현하며 더욱 자연스러운 상호작용을 가능하게 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언어 모델, 음성 합성, 2D 및 3D 이미지 생성 기술을 결합한 AI 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AI를 활용한 콘텐츠 자동 생성 및 강화 학습을 연구하며 게임 내 AI NPC가 실제 사용자처럼 대화하고 협력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통해 게임의 몰입도를 높이 AI 캐릭터와 함께 플레이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핵심 전략이다.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는 지난달 11일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와 회동을 가지면서 “오픈AI의 플래그십 모델을 비롯한 고품질 LLM을 기반으로 CPC 개발과 게임 특화 AI 모델 최적화 등 다양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며 “크래프톤은 오픈 AI와 게임 개발과 운영 전반에 더욱 혁신적으로 적용할 새로운 기술과 가능성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엔씨소프트는 AI 기술을 게임뿐만 아니라 산업 전반으로 확장해 수익을 다각화하려는 전략을 펼치고 있으며, 크래프톤은 게임 개발 과정에서 AI를 최적화해 보다 몰입감 있는 플레이 환경을 조성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다만 엔씨소프트의 AI 상품화 전략은 장기적인 관점으로 바라봐야하며 설령 성공하더라도 게임업계 전반에서 이를 동일하게 적용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게임사는 AI를 별도의 사업 모델로 삼기보다는 게임 개발을 지원하는 도구로 활용하는 방향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
이와 관련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AI 기술이 게임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점점 커지고 있지만 결국 핵심은 게임 그 자체다. AI를 활용한 혁신적인 콘텐츠와 플레이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며 게임사들이 AI 자체를 별도의 사업으로 확대하는 것은 쉽지 않은 도전"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