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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업계가 허리띠를 조여매고 있다. 내수침체로 인한 소비부진, 취약차주 증가 등 경기침체 부담이 높아지면서 매년 고배당 성향을 보여왔던 카드사들이 배당을 줄이기 시작했다. 실적 악화 속 내실을 다지기 위해서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비씨카드는 앞서 열린 이사회에서 올해 배당을 전액 삭감하기로 결의했다. 비씨카드 관계자는 “불확실한 경기상황에 대응하고 신규 투자 재원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비씨카드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077억원으로 전년 대비 70.43% 늘었지만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회사 내부 자금을 충당하기로 한 셈이다.
신한카드도 배당금을 2861억원(1주당 2282원)으로 전년 대비 7.8% 줄였다. 롯데카드 역시 총 배당액을 470억원으로 줄였다. 전년의 779억원 대비 39.69% 줄어든 규모다.
신한카드와 롯데카드 모두 지난해 녹록치 않은 한 해를 보냈다. 지난해 신한카드는 572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면서 업계 1위 자리를 삼성카드에 내줬다. 희망퇴직과 법인세 등 일회성 비용이 크게 증가한 영향이다.
신한카드는 지난 2023년에도 당기순익이 감소했지만 배당액을 외려 높이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는 경기침체 우려는 물론 연체율 상승 등 업황 악화가 예상되는 만큼 지주 차원의 밸류업 기조에도 불구하고 보수적인 자본정책을 유지하기로 했다.
롯데카드 역시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반토막났다. 전년의 3749억원에서 지난해 1642억원으로 56.2%가 줄었다. 전년도 당기순익에 반영된 자회사 매각 이익을 제외하더라도 지난해 당기순익은 10% 가량 감소했을 것으로 내부에선 보고 있다.
사모펀드가 최대주주로 있는 롯데카드 역시 배당을 크게 줄였다. 당기순익 감소를 고려하더도 적지 않은 규모다. 배당을 줄이는 대신 공격적인 영업 확장 전략을 추진하려는 분위기다.
나머지 금융지주 계열 카드사는 호실적 속에서 전년 대비 배당 규모를 늘렸다. 삼성카드는 2988억원, 현대카드는 1544억원, 하나카드는 600억원, 우리카드는 294억원을 배당액으로 책정했다. 특히 지난해 실적이 크게 상승한 하나카드는 전년 대비 25%, 우리카드는 33.3% 배당액을 늘렸다. 금융지주 차원의 밸류업 정책이 본격화하는 과정에서 높은 실적을 기록한 카드 계열사도 배당 확대에 기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제각기 다른 카드사의 배당 정책을 두고 업계 안팎에서는 각사의 경영 전략이 각기 다르게 펼쳐질 것으로 관측하는 분위기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규모가 큰 카드사일 수록 과거 고금리 국면에서 조달했던 자금에 대한 비용이 적지 않게 소요되고 있을 뿐 아니라 연체율 관리 부담은 더욱 커질 것”이라면서 “내부 경쟁력 확보가 필요한 시점인 만큼 그간 고배당을 이어왔던 카드사가 계속해서 높은 배당성향을 이어가기 녹록치 않은 환경이 점차 다가올 것”이라고 전했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