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대기업 품는 벤처, 우려와 기대

2025-12-03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흥미로운 지각변동이 진행 중이다. 과거에는 대기업이 유망 스타트업을 인수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면 이제는 스타트업이 오히려 더 큰 회사를 인수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최근 비마이프렌즈가 SK그룹 계열사인 드림어스컴퍼니(060570)를 품었으며, 라포랩스는 SK스토아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스타트업이 자신들보다 덩치 큰 회사를 품는 이유는 정체된 성장 속도를 돌파하고 스케일업을 더욱 빠르게 추진하기 위해서다. 같은 업종의 대기업을 인수하면 단숨에 큰 규모의 매출과 시장에서의 지위, 이미 구축된 브랜드 가치를 한꺼번에 확보할 수 있다. 말 그대로 ‘시간을 돈으로 사는 전략’이다.

과거 패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스타일쉐어’가 GS홈쇼핑이 운영하던 패션몰 ‘29CM’를 인수해 체질을 완전히 바꾼 사례가 대표적이다. 매출 확대가 요원했던 스타일쉐어는 29CM 인수를 통해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확보했다. 이후 두 회사가 통째로 무신사에 인수합병(M&A)되면서 약 2000억 원 규모의 ‘잭팟’을 터뜨린 바 있다.

대·중견기업의 구조조정 흐름도 이러한 움직임에 속도를 붙였다. ‘선택과 집중’ 전략 아래 대기업 비핵심 사업 계열사들이 매물로 나오자 스케일업이 절실했던 스타트업들의 M&A 타깃이 됐다. 바통을 건넨 대기업들도 스타트업의 혁신 경영과 빠른 의사결정 체계 아래에서 계열사들이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우려스러운 부분도 있다. 스타트업과 대기업 간 M&A가 대부분 외부 자금에 의존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 그렇다. 자금력이 부족한 스타트업은 인수 자금의 상당 부분을 신규 투자 유치나 채권 발행으로 충당하는 경우가 많다. 인수를 통해 성공적으로 시너지를 내면 다행이지만 어긋날 경우 심각한 자금난에 빠져 기존 핵심 사업까지 위태로워질 수 있다.

스타트업의 대기업 인수가 국내 산업구조를 한 단계 발전시키는 새로운 질서의 출발점이 될지, 또 다른 ‘거품의 축적’으로 끝날지는 아직 판단하기 쉽지 않다. 이러한 현상이 단순한 외형 확장을 위한 M&A를 넘어 벤처의 본질인 혁신의 가치가 우리나라 산업 전반에 확산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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