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도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폭탄에 대응하기 위해 하이브리드 자동차와 샴푸 등에 매기는 소비세를 인하하기로 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만나 ‘반트럼프 연대’를 구축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인도와의 무역 정책이 잘못됐다며 고율 관세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로이터통신은 1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인도 정부가 미국의 50% 상호관세 부과에 따른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약 175개 제품에 대한 소비세를 최소 10% 인하할 계획이라며 이는 약 10년 만에 최대 규모 세제 개편이라고 보도했다.
인도 정부는 소비세를 낮추기 위해 상품·서비스세(GST) 제도를 개편한다. 앞서 모디 총리는 지난달 독립기념일(8월 15일) 연설을 통해 일용품 가격을 낮추겠다며 GST 개편을 시사했다. 2017년 도입된 GST는 각종 상품·서비스 품목을 4개 범주로 나눠 5%, 12%, 18%, 28%의 세금을 부과하는 구조다.
보도에 따르면 탤컴 파우더(땀띠약), 치약, 샴푸는 현행 18%에서 5%로 낮아진다. 핵심 수출 품목인 비료와 농기계 등은 12%, 18% 수준인 현행 GST 세율을 5%로 내릴 계획이다. 최대 수출품 가운데 하나인 의류부문 GST도 내린다.
에어컨과 TV는 28%에서 18%로 내려간다. 오는 10월 인도 힌두교 최대 축제 디왈리를 앞두고 있는 만큼 삼성전자·LG전자·소니 등이 혜택을 볼 것으로 보인다.
하이브리드 자동차 GST는 전기차의 5%에 가깝게 내려가고, 엔진 용량 350cc 이하의 오토바이와 스쿠터 세금도 인하된다. 다만 길이가 4m 이상인 대형차 GST는 28%에서 40%로 올라갈 전망이다. 이번 세제 개편으로 세계 3대 자동차 시장인 인도에서 소형차 판매가 다시 늘어날 수 있다.
GST 인하 품목 등은 오는 3∼4일 열릴 인도 정부의 GST 위원회에서 확정된다. GST 위원회는 니르말라 시타라만 연방정부 재무장관과 모든 주(州)의 대표로 구성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 27일부터 인도에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이유로 총 50%의 관세를 물리기 시작했다. 로이터는 이번 조치가 대미 수출 감소 충격을 내수 진작을 통해 완화해 농민 소득 증대에 도움을 주고 제조업체 자립을 고무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날 모디 총리는 중국 톈진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회의장에서 시 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났다. 이 만남을 두고 외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과 미국 우선주의에 대항하기 위한 ‘반트럼프 연대’라는 해석이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 계정에서 "인도가 관세율 0% 제안했지만 늦었다. 인도는 지금까지 높은 관세로 우리가 인도에 수출할 수 없도록 했다"며 고율 관세 정책이 정당하다고 강조했다.